더불어민주당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비례대표 후보 앞순위를 마다하고 지역구 선거에 나선다.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된 '절친' 정청래 의원을 대신해서다.
손 위원장은 18일 당 지도부로부터 정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을에 전략공천 통보를 받은 뒤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 의원도 함께했다.
손 위원장은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정 의원의 눈물을 닦아주려 이 자리에 섰다"며 "갈 길이 멀고 낯설지만 바람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이 생각난다. 마포에서 부는 새바람을 맞아달라"고 출마 소감을 밝혔다.
정 의원 역시 "손혜원과 정청래와 더민주는 삼위일체"라며 "손잡고 박근혜 정권의 폭정을 막겠다"고 힘을 실었다.
이들은 향후 선거유세도 같이 다니겠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당의 결정을 존중했겠지만, 손 위원장이 후보라면 '더더더' 그렇게 해야겠다(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손 위원장은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대안으로 누가 적합할지 얘기가 나왔고, 정 의원의 '구명운동'을 벌였던 손 위원장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왜 비례를 포기하느냐"는 만류가 이어졌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도 손 위원장과 통화하면서 "비례대표로 쉽게 당선이 될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느냐"는 취지로 손 위원장을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비례대표 1번으로 염두에 두고 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도 전날 손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왜 굳이 지역에 나가려 하느냐"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손 위원장은 "대안이 나밖에 없다면, 내가 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굳혔고, 김 대표도 "너무 힘든 일인만큼 내보내고 싶지 않지만, 꼭 출마하려면 하라"고 답하면서 전략공천이 최종 결정됐다.
지도부는 오는 20일 비례대표 순번이 발표되고 나서 마포 출마를 선언하면 효과가 반감되리라는 판단에, 더 뜸 들이지 않고 이날 전략공천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오전 회의까지 전략공천 사실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 등 '철통 보안'이 지켜진 점도 '깜짝발표'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손 위원장은 발표 후 "갑작스럽게 가지 않던 길에 들어섰다. 낯설고 두렵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들어가면 결국 살아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의 공천탈락이 참 충격이었고, 결국 저를 인당수로 몰았다"며 "인당수란 결국 빠져도 죽지 않는다는 의미다. (심청이도) 들어가서 용왕을 건져왔듯이, 저도 번지 점프하듯 뛰어도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손 위원장이 더민주에 영입된 후 정 의원과 돈독한 관계를 보여줬던 터라 더욱 관심을 끈다.
둘은 전국에서 열린 더민주 정책토크쇼 '더더더'나, 팟캐스트 '이이제이'에 함께 참여해 왔다. 손 위원장이 총괄한 더민주 로고송 뮤직비디오 촬영에서도 정 의원이 전면에 나서 김 대표 바로 옆자리에 선 적도 있다.
둘은 전국에서 열린 더민주 정책토크쇼 '더더더'나, 팟캐스트 '이이제이'에 함께 참여해 왔다. 손 위원장이 총괄한 더민주 로고송 뮤직비디오 촬영에서도 정 의원이 전면에 나서 김 대표 바로 옆자리에 선 적도 있다.
정 의원이 컷오프를 당하자 지난 11일 부산 정책콘서트에서 "무소속 출마를 해서라도 꼭 살아서 당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해, 일부에서는 해당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당 안팎에서는 이처럼 둘의 유대관계가 깊은 만큼 손 위원장이 마포에 투입된다면 정 의원 지지자들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일각에서 제기된 '친노 쳐내기 공천' 논란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