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4·13 총선 후보공천 과정에서 충격요법과 반전을 적절히 섞는 '깜짝 용인술'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당내 반발을 감수하고 친노(친노무현)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충격요법을 사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비례대표 후보의 지역구 차출, 새누리당 의원의 영입추진 카드를 들고나와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18일 손혜원 홍보위원장을 전략공천한 것이 대표적이다.

손 위원장은 표창원 비대위원이 "비례대표 1번으로 거의 내부 합의가 이뤄진 상태였다"고 전할 정도로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 대표가 전격적으로 지역구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정 의원의 건의를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면에는 정 의원 '컷오프'에 따른 지지층의 반발을 완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노인 이 전 총리와 정 의원을 연이어 공천에서 배제한 뒤 친노 진영의 이탈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백의종군에 대해 "이런 의사표시를 하는 분은 지금 처음 느꼈다",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대표는 전날 정 의원과 오찬을 함께하며 정 의원의 '선당후사'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 손 위원장 공천 문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공천심사 결과는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나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등이 발표했지만 이날만큼은 김 대표가 처음으로 직접 나섰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을 선언한 진영 의원의 영입에 나선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낸 3선의 중진 의원이 야당에 전격 합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더민주는 진 의원의 합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진 의원 영입에도 김 대표가 직접 나섰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는 등 평소부터 각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진 의원의 공천 탈락 사실이 알려진 지난 15일 전화통화를 한 데 이어 이날중 회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진 의원의 입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오늘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의원의 용산 지역구에는 더민주가 후보를 공천해두지 않은 상태이다.

손 위원장의 전략공천이 정 의원 공천 배제에 따른 친노 지지층의 상실감을 위로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합리적 보수'로 알려진 진 의원의 영입 추진은 중도화 및 외연 확장 전략으로 이해된다.

특히 김 대표와 진 의원 모두 박근혜 정부의 공약 설계 과정에서 중책을 맡았다가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는 공통점이 있어 진 의원이 입당한다면 김 대표가 총선 프레임으로 내세운 '여권 심판론'을 부각하기에도 적합하다.

이런 김 대표의 '깜짝' 용인술은 비례대표 추천 과정에서 한 번 더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그는 2012년 총선 때 시민단체·운동권 출신이 많았다고 지적하며 경제 등에 초점을 맞춘 전문가그룹의 중용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김 대표 측은 "추가로 선보일 카드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비례대표 선정문제도 고민하고 있다"며 "김 대표는 정직, 허명이 아닌 실력, 소신을 중시해 왔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