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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팻말이 적힌 주차공간이 비어 있다.<BR/>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비례대표 명부가 전날 중앙위 반발로 확정되지 못한데 반발, 이날 비상대책위에 불참하는 등 '당무거부'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비례대표 명단 파동으로 21일 당무거부에 들어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집을 나선 뒤 국회로 향하는 대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시내의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사무실로 출근했다.

캐주얼 정장 차림의 김 대표는 이날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부 기자들에게 현 상황과 심경에 대해 25분간 작심한 듯 '격정의 토로'를 쏟아냈다. 담배 3개피를 연달아 피면서다. 금연을 하다 몇년만에 처음 담배를 다시 물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4·13 총선 이후 내가 던지고 나가면 당이 제대로 갈 것 같으냐"고 반문하는 등 돌직구를 쏟아냈다.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을 둘러싼 당내 역풍에 "인격적 모독", "욕심많은 노인네로 만들었다"며 "죽어도 못참는다"고 할 때는 목소리가 한껏 올라갔다.

시종일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며 자리에 미련이나 욕심이 없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민 많으시겠다.

▲왜 고민을 하냐. 나는 고민 절대로 안한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파장이야 정치권에서 항상 일어나는 것이다. 신경도 안쓴다.

--2번으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해달라.

▲옛날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12번 달고 13대 국회 체험을 했다. 그 때 그분이 '대통령 떨어지고 국회의원이라도 해야겠는데 돈이 없어서 앞번호를 못받고 12번 받았기 때문에 평민당 여러분이 안 찍어주면 김대중이 국회도 못가니 표를 달라'고 했다. 그걸 생생하게 들은 사람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정치 안한다. 솔직하게 하면 하는거고 안하면 안하는거지. 2번 달고 국회의원 하나 12번 달고 국회의원 하나 마찬가지이다.

--후순위 달면 배수진을 친다는 평가가 있지 않겠나.

▲나는 그게 배수진이라고 생각 안한다.

내가 제일 기분 나쁜 게 그거다. 내가 무슨 이거 하고 싶어서 했다고 생각하느냐. 사정을 하고 내가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해주고 있는건데, 내가 응급치료하는 의사같은 사람인데 환자가 병 낫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더이상 할 수가 없다.

연연해서 여기 온게 아니다. 가만히 하다 보니깐, 내가 당을 조금이라도 추슬러서 수권정당을 한다고 했는데, 그걸 끌고 가려면 내가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총선 이후 당을 추스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냐.

▲4·13 이후 내가 딱 던져버리고 나오면 이 당이 제대로 갈 것 같아?

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중앙위에서 떠드는 그런 광경을 50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래 갖고는 당이 될 수가 없다.

중앙위에 (비례대표) 순위해 달라고 가면 난장판 벌어질 것이라고 내가 경고했다. 중앙위 권한이니까 중앙위원들이 이번 총선에 대해 책임까지 지라는 것이다. 비대위가 필요 없는 것 아니냐. 나는 여기서 무책임하게 일을 못한다.

--1번 비례대표(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에 대한 논란이 있다.

▲최근 와서 알파고 갖고 떠들어 대는데, 앞으로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상황이 인공지능이나 컴퓨터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 전부 다 수학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정해서 모셔온 것이다.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해) 본인한테 옛날에 있던 사정을 다 들었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공천)한 것이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어제 중앙위에서 비례대표 후보군 칸막이를 허물자고 했는데.

▲그 사람이 혁신위원 했던 사람이라며?

내가 무슨 욕심 많은 노인네처럼 만들어가지고…저 사람들이 지금 핑계를 대는 거다. 이야기를 하려면 정직하게 하라는거야. 지금 정체성 때문에 그러는 거다. 자기들 정체성에 안 맞다 그거야.

어제 저렇게 해서 일반인에게 얼마나 표를 깎아먹은 줄 아느냐. 더민주를 왜소한 정당으로 만들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중앙위에서 순번을 바꾸면 대표직 유지가 의미 없어지는 것 아니냐.

▲비대위를 만들어달라고 했으면 권한을 줘야지 비대위가 끌어줄 것 아니냐. 근데 그게 싫다고 하면 그걸로 끝나는 거지 뭘 그래.

--대표직도 내놓을 생각이 있는가.

▲대표직을 내놓고 안 내놓고 그건 나한테 묻지 말고…

내가 젊은 사람도 아닌데 새벽부터 일어나서 당에 가서 하루종일…내가 솔직히 이야기해서 뭐를 추구하겠는가. 이 사람들, 내가 무슨 비례대표 하나 따먹고, 무슨 목적이 있어서 하는 줄 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기분 나쁜게 그거다. 속마음을 다 가둬놓고 내가 큰 욕심이 있어서 한 것처럼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면 나는 죽어도 못 참는다.

--대권 도전에 뜻이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

▲뭐를 한다고? 웃기는 소리도 하지를 말라고.

솔직히 내가 이번에 공관위원에게 '이 사람 공천해달라'고 한 것도 하나도 없다. 내 스스로 자제를 했다. 절대 누구 부탁도 받아 본적이 없고 내 스스로가 뭘 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 공관위원들에게 물어보라. 측근이라고 특별히 봐주는 생각을 추호도 한 적 없다.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의 아들 비위 논란 등이 있는데.

▲내가 무슨 수사기관도 아니고 몰랐다. 이제 드러나서…알게 됐다.

(재고할 것인가) 나는 일반 정치인처럼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인격을 위해서 산 사람이다. 내가 대통령을 모실 때도 내가 옳다고 생각 안 하면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비례대표 A그룹 선정 배경은.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지역, 전문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 아니냐.

소외계층을 안 넣었다고 하는데 소외계층을 비례에 하나 집어넣으면 더민주가 소외계층에게 잘 해줬다고 생각하느냐. 평소에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좀 정직하게 살라는 거다.

--어떻게 수습·돌파한다는 생각을 하는가.

▲출구전략이 없다. 자기네들 뜻대로 해보라고 하고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