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0대 총선을 약 3주일 앞두고 후보공천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면서 당의 역량을 공천에서 정책홍보로 빠르게 전환하는 분위기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문제가 아직 '뇌관'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공천 내전'에서 벗어나 집권여당의 정책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정당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무성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청년실업률 문제를 언급한 뒤 "이런 청년의 절망과 한숨 앞에서 정치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심하고,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청년복지공약을 겨냥, "당장 청년의 마음을 사는 포퓰리즘 성격의 나눠주기식 대책보다 긴 인생을 잘 설계하고 인생의 첫 흐름을 잘 시작하게 돕는 게 중요하다"며 당의 5대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청년독립(청년들의 주거·재정독립을 지원하는 내용의 공약)'을 소개했다.
김 대표가 자신이 주재하는 정례회의에서 정책 관련 모두발언을 한 것은 지난달 17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처음이다. 김 대표는 여론조사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청년독립' 공약을 제안한 청년기업가 이진호(28)씨가 초청돼 김 대표에 이어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서 "새누리당이 중소기업을 가라고 말만 하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넘어, 포퓰리즘을 넘어 저소득 청년근로자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맞춰 김 대표를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은 '청년독립', '마더센터(여성들의 출산·보육을 돕기 위한 센터)' 문구가 적힌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었다. 새누리당의 총선 핵심기조인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려고 당 홍보기획본부가 마련한 '정책메시지 티셔츠'다.
회의장 참석자들에게는 '앞으로! 하나로! 함께 누리는 미래로!'라는 제목의 정책공약집이 배포됐고, 회의장에는 '뛰어라 국회야, 잠자는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와 함께 당 홍보기획본부는 이번 총선 정책공약의 하나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당의 5대 공약 이행 계약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5월 말까지 ▲일자리 규제개혁 ▲청년독립 ▲4050 자유학기제(40대·50대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마더센터 ▲갑을개혁(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갑을관계를 개혁) 등 5대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1년치 세비를 국가에 기부형태로 반납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하고 공증을 받는 것이다.
'이어달리기' 형식으로 진행되는 서명에는 김무성(부산 중영도) 대표가 지난 15일 가장 먼저 참여했고, 다음 주자로 원유철(경기 평택갑) 원내대표를 지목했다. 이어 손수조(부산 사상) 전 중앙미래세대위원장, 안대희(서울 마포갑) 최고위원, 이준석(서울 노원병) 전 비상대책위원, 이재영(서울 강동을)·박창식(경기 구리) 의원 순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서에 서명한 후보자들은 국회의사당 인근인 서강대교, 여의도공원이나 공덕역·노원역·천호역·구리시 등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 어귀를 달리는 모습을 담아 동영상도 촬영했다.
이어 오는 24일에는 이들 5대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계약서에 후보자들이 서명하는 '대한민국 계약서' 서명식을 갖는다.
이는 지난 1994년 미국 하원 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미국과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이라는 공약을 내세워 40년만에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을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