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의 언론보도중 이 부분에 대한 보도는 매양 마찬가지이다. 지역구바꾸기, 전략 공천의 잡음, 해묵은 계파 논쟁,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들의 면면에 재탕 삼탕의 공약 등으로 식상한 실망의 쓴 충고들이 지면과 화면을 메우고 있다. 19대, 18대, 아니 그 이전에 나왔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그동안 목이 쉬도록 외친 국민의 소리는 과연 얼마나 반영이 된 것인지 안중에도 없다.
나라를 올바로 서게 하는 것이 정치이고 정치의 맨 앞에는 국회의원이 서 있다. 국회의원들이 각자 제 역할을 다한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으랴. 전방의 군인 몇 명이 방탕하거나 경제 지표가 하락하여 나라가 흔들리는것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을 때 나라는 바로 설 수 없다. 민무신불입(民無信不立·국민의 신뢰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이라고 굳이 2천500년 전 공자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입에 담았을 말이다. 개개인의 입장을 들을라치면 모두가 한마디로 나는 신뢰를 받는다고 할 텐데 왜 그런 국회의원들이 모인 국회는 국민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것인가?
국회의원 개개인이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는 반증이다. 국회의 의사는 합의제로 결정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행태는 전문성과 공정성이라는 합의제의 장점보다 결정지연, 타협 결정, 책임의식결여라는 단점만이 강조된 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 소리를 겸허히 듣고 신명을 바쳐 실천하겠다는 말은 선거철에나 달고 다니는 립 서비스일 뿐 일단 당선이 되고 나면 책임도 주체도 없는 거수기로 전락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유권자의 의사가 아니라 당의 의사에 따라야 하니 대립과 반목을 반복하여 안보와 경제 등 국익에 절실하고 긴박한 것이라 해도 이해득실에 따라 당론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은 하나일 텐데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 저리 시간이 걸린다는 명분은 서민들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은 외면한 채 당끼리 서로 뺏고 뺏기는 자존심 싸움이나 당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쫓아가는 모습으로 비춰지기에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다. 이번 국회가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이면에는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여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라가 침략을 받았을 때 위급을 알리는 봉화(烽火)가 도성에서부터 먼저 올라온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 특히 선량을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이 변방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 또한 정신 차리고 진정 공인으로서 국민을 위해 일할 정치인을 잘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고무신 한 짝과 달콤한 구호에 권리를 넘겼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지금 국민은 현명하고 훨씬 무서워졌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정치의 최후 보루는 신뢰(信賴)다.
/신원철 인천연수원로모임 회장·前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