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선 '리세도루(李世どる)' 중국에선 '리스스(李世石)'로 불리는 이세돌은 AI(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로 세기적(?) 스타로 부상, 광고모델 제의 쇄도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그는 엊그제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마치면서 알파고와 다시 한 번 대결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졔(柯潔) 9단은 "중국의 AI 업체가 또 다른 바둑 대결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또 세계 6개국 31개 팀이 참가한 바둑대회를 지난 20일 도쿄에서 열었고 일본의 AI 바둑 소프트웨어 젠(Zen:禪)이 우승했다. 그 우승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직속으로 AI 개발 조직을 신설키로 했고 차후 10년간 5개 연구기관에 1천억 엔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미래를 위해 AI를 택했다'고 보도한 건 그곳 언론이고….
그런데 섬뜩하고도 쇼킹한 뉴스가 있다. 군사적 로봇, 탐색 킬러 로봇개발 경쟁에 선진국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구문(舊聞) 탓이 아니다. 홍콩의 AI 로봇 '소피아(Sophia)'가 지난 20일 "인류를 파멸시키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홍콩 로봇기술 선두주자인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의 데이비드 핸슨 박사가 개발한 로봇 소피아가 서슴없이 그렇게 말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여배우 오드리 헵번과 핸슨 박사 아내의 생김새를 본떠 제작했다는 로봇 소피아는 핸슨 박사의 "인류를 파멸시키고 싶습니까? 제발 아니라고 말해요"라는 질문에 'I will destroy humans'라고 즉각 대답했다. 그녀는 놀랍도록 인간과 닮았다. 얼굴엔 색소 반점과 목주름까지 있고 눈에는 특수 카메라가 장착돼 상대방과 눈길을 맞춰 대화할 수 있는 데다가 뭔가 석연치 않으면 눈썹을 찡그리고 반가우면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는 등 인간의 감정을 감지하는 반응 표정이 62가지나 된다는 거다.
더욱 놀라운 건 "집과 가족도 갖고 싶고 예술도 비즈니스도 시작해 보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아직 법적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겠지만요"라는 그녀의 고백이었다. 그럼 멀지 않아 '신랑 아무개 군과 신부 아무개 양(AI)은 이 시각부터 부부로서…운운'의 결혼식 주례사가 쩡쩡 울릴 수도 있다는 건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