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2301001737400098371.jpg
22일 발표한 새누리당 비례대표 주요 인사들. 왼쪽부터 송희경 전 KT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사업단장, 이종명 전 육군대령,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 문진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임이자 한국노총 중앙여성위원회 위원장, 조훈현 프로 바둑기사, 유민봉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 수석비서관.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22일 공개한 제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는 주로 여성 지도자와 노동계 인사들이 당선권에 전진 배치됐다.

이번 총선에서 비교적 약한 고리인 여성표와 중도성향 노동계 표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우선 지난 19대 총선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여성 과학자가 상징적 자리인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성 배려 원칙에 따라 1번을 받은 송희경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은 최근 각광을 받는 사물 인터넷과 클라우드 기술의 전문가이다.

19대 총선 때 1번으로 당선된 민병주 의원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을 지낸 여성 과학자였다. 전자공학과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이 영향력을 발휘한 두 차례 총선에서 모두 여성 과학인이 비례대표 1번을 차지한 것이다.

송 협회장은 두 자녀를 둔 28년 차 '워킹맘'이란 점도 최우선 순위를 받는 데 참작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5번의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은 철도 민영화 논란과 파업사태를 잘 마무리했고 최초 흑자경영의 성과를 이루어낸 여성 리더란 점을 평가받았다.

노동계에 대한 배려도 주목된다.

임이자 한국노총 중앙여성위원장이 3번에 배치됐고, 한노총 산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5차례 지낸 문진국 위원장이 4번을 받았다. 한노총 현직 간부가 집권 여당 비례대표 3·4번에 나란히 배치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텃밭'인 경북 구미을에 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을 단수추천한 바 있어 한노총 출신 인사 3명의 20대 국회 입성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이는 여권의 역점 추진 과제인 노동 개혁의 모멘텀 확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상이자 변수인 한국노총을 향한 '러브콜'이라는 해석이 많다.

2번을 받은 이종명 예비역 육군대령과 6번을 받은 김규환 국가품질명장은 미래 세대에 귀감이 될 '영웅' 사례로 추천됐다.

이 전 대령은 지난 2000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중 부상당한 후임병을 구하려다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살신성인'의 표상이고, 김 명장은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명장 칭호를 얻은 '인간 승리'의 상징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역사 교과서 도입 국면에서 전면에 나섰던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9번)과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인 유민봉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 수석비서관(12번)도 각각 당선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각각 10번과 18번을 받은 김종석 현 여의도연구원 원장과 김철수 전 새누리당 재정위원장은 김무성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프로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은 14번에 배치됐다.

22번을 받은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육사 37기로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육사 동기 출신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번 비례대표 후보 선정 기준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장기적으로 개혁할 적임자 ▲청년 일자리·저출산·고령화 등 단기적 국가 당면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 ▲아이들에게 사표와 귀감이 될 국민적 영웅 등의 세 가지 기준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비례대표 공천 심사가 졸속 심사로 이뤄졌고, 여성 60% 이상 배정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 추천후보 45명의 성비를 보면 여성이 27명이어서 남성(18명)보다 많지만, 여성은 주로 후순위에 몰려 있어 실질적인 당선 가능권인 20번 안으로만 보면 남녀가 각 10명씩으로 동률이다.

우선 여성에게 60% 이상을 배정하겠다던 당초 약속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살만하다.

비례대표 심사를 맡은 이왕재 국민배심원단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체 비율은 여성 60%를 지켰지만, 당선권으로만 보면 5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여성을 비롯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례대표 2번인 이종명 전 육군 대령이 장애인이긴 하지만, 이 전 대령의 경우 장애인보다는 '군인'과 '살신성인'의 명분으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의 취지에 맞지 않게 여러 분야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심사 과정에서 이 위원장이 배심원단을 사실상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단장은 "너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시간에 쫓겨서 미흡한 게 있었다"고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또 당선권인 비례대표 15번을 받은 김순례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의 경우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두고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가 희생됐는가"라고 반문하며 유가족을 향해 '시체장사', '거지근성' 등의 표현을 사용해 보건·의료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아 구설에 오른 적도 있어 심사가 소홀했다는 자성도 배심원단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종희 공관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내일(23일) 최고위에서 시정할 수 있는 부분은 시정 하겠다"며 "논란된 사람을 빼고 다른 사람을 넣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