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유승민
칩거에 들어간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23일 오후 8일만에 모습을 드러내 대구시 남구 대명동 어머니가 사는 집에 도착,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의 4·13 총선 공천 문제를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공천 심사 마지막 날인 23일까지 끌고 왔다.

공직 선거법이 정한 데드라인은 유 의원의 당적 변경(무소속) 출마가 가능한 이날 자정이다.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유 의원 공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그의 '결심'을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기까지 올 사안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됐으니 조금 더 지켜보는 것 외에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유 의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버티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유 의원이 거취를 정하지 않으면 지역구(대구 동을)에 후보를 내지 않는 '무공천 카드'를 쥐고 있다.

이날까지 공천자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24일 자동 발효되는 이 카드는 유 의원에게 불출마할 것인지, 아니면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주변 인사들은 "유 의원이 불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불출마하면 재기할 기회를 좀처럼 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유 의원의 측근그룹에서 가장 먼저 탈당한 조해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유 의원의 거취가 "(탈당파의 연대 움직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칩거 모드'를 이어 온 유 의원이 압박에 견디다 못해 이날 오후 먼저 탈당을 선언할 것이 유력시된다.

유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공관위에선 곧바로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단수 후보로 추천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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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선 여론조사 실시 결과와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유 의원이 "(정치적) 리더로서 확실하고 분명한 거취 표명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자기 목을 스스로 치도록' 강요하는 게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동정론도 당내에 적지 않다.

이런 여론을 고려해 공관위가 먼저 유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거나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유 의원의 거취 표명을 기다리든, 유 의원을 먼저 잘라내든 본질은 '고사(枯死) 작전'이라는 점에서다.

비박(비박근혜)계인 홍문표 공관위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문제가 너무 늦은 시간까지 가게 되면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관위가 먼저 유 의원을 떨어트리기엔 '정체성 논란' 외에 마땅한 구실이 없고, 먼저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할 경우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일 수 있다.

박종희 공관위원은 BBS 라디오에 나와 "질질 끌다가 타이밍을 놓쳤다"며 "여러 가지 모양이 좀 볼썽사납게 됐다"고 지적했다.

50일 가까이 운영된 새누리당 공관위는 '뜨거운 감자'인 유 의원 공천 문제를 마지막으로 이날 활동을 종료한다.

이 위원장에 대해선 '상향식 공천'에 '개혁 공천'의 요소를 가미했다는 평가와 유 의원 등 특정인과 특정 계파를 무리하게 솎아내려 했다는 비판이 교차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