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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비례대표 순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최종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면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도 전략공천을 통해 일부 자기 사람을 상위 순번에 넣고당의 체질 개선을 명목으로 전문직 중 다수를 당선권에 배치했지만, 중앙위 파동을 거치면서 다수 인사들은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김 대표가 순번을 지정한 전략공천 대상과 당헌에 규정된 청년·노동·취약지역·당직자 후보군을 제외하면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당선 안정권에 다수 안착했다. 당내에서는 15번까지를 당선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7번 문미옥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8번 이철희 당 전략기획본부장, 11번 권미혁 당 뉴파티위원장, 15번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모두 문재인 대표 시절 영입인사들이다. 이수혁 전 대표는 여성 후보에 홀수, 남자 후보에 짝수 순번을 부여하는 관례를 깨고 순서를 바꿔 당선 안정권 끝 자락인 15번을 받았다.

이와 관련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 간담회에서 "당에 외교안보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이 전 대표는 정당에 전혀 인지도가 없는 분임에도 순위투표에서 상당한 득표를 해 당선 가능권에 포진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순위투표에서 3위를 기록했다.

9번인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제 대표와 권 위원장은 당초 비대위 명단에서는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없는 C그룹(21~43번)이었다.

노동계 몫으로 12번에 배정된 이용득 전 최고위원은 문 대표 시절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 국면에서 당시 문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13번인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문 대표 시절 지금의 '시스템 공천'을 설계한 당 혁신위원회 위원이었다.

중앙위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현권 당 전국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선이 유력한 6번에 배정됐다. 김 부위원장은 임미애 전 혁신위원의 남편이며 19대 총선 출마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밖에 원래 B그룹(11~20번)이었던 이재정 전 민변 사무차장이 5번에 배정되는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가 상위 순번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이런 결과를 두고 국회 기자회견에서 "중앙위에서 당의 정체성 운운하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표결결과로 나타난 것을 보면 말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우리당이 항상 사회적 약자, 이런 분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투표 결과를 보면 평소에 강조했던 그런 것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몫으로 알려진 이재서 총신대 교수는 중앙위 투표에서 20위에 그쳤다.

원래 A그룹(1~10번)에 있어 당선이 확실시됐던 교수나 학자 출신 등 전문직은 사실상 당선이 물 건너갔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회장은 29번, 양정숙 국무총리 소속 행정심판위원은 19번으로 밀려났고,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아예 당이 배포한 36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뒷순위에 포함된 일부 후보들은 자진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상징성이 큰 1번에 원래 계획대로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전략공천했다. 박 교수는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관심이 높아진 인공지능의 기초 학문인 수학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했다.

김 대표는 남자 최우선 순번인 2번에 자기 자신을 내세워 당의 얼굴로서 총선 승리를 이끌고 선거 이후에도 당에 남아 당을 변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4번에, 김성수 당 대변인을 10번에 배치했다.

김 대변인은 김 대표와 최 교수, 가계부채 탕감을 위해 노력해온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 등이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는 후보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송옥주 당 홍보국장이 당직자 몫으로는 이례적인 3번을 받았다.

김 대변인은 "상당히 파격적인 번호 선정"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당직자 사기를 함양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