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길 경기도 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장
이해길 道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장
얼마전 구글의 인공지능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우리나라 천재 기사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이 뜨거운 이슈였다. 이미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인공지능형 로봇과 자율주행 자동차 등은 앞으로 인간의 생활과 산업 구조를 새롭게 변화시킬 미래 첨단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가상이지만 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 주인공이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해 구조될 때까지 연명하는데, 먼 훗날 우주여행 시대가 오면 달이나 행성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게 될 것을 상상해 본다. 현실에서도 우주정거장에서 장기체류하는 우주인들이 채소재배에 성공했다고 한다.

농업은 타 산업분야에 비해 전통적으로 토지자원을 중심으로 노동력에 의존해 경제활동을 한 까닭에 기계화와 자동화가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산업과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농업생산 방식도 갈수록 첨단화 하며 진화하고 있다.

한 예로 쌀농사는 1980년대 이전만 해도 농기계라고는 고작 경운기 밖에 없었기 때문에 논에 못자리를 만들어 손으로 모내기를 하고 제초제가 없어 호미로 김내기를 해야 했다. 가을이 되면 낫으로 베어 타작을 해서 곡식을 거두어 들였는데 이때는 거의 모든 것을 노동력으로 해결해야 했다. 지금은 트랙터, 콤바인이 등장해 거의 모든 작업을 기계화 했고 못자리도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에서 공정육묘로 키우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IT)과 LED 조명기술의 발전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Vertical Farm', 'Plant Factory'라는 식물공장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식물공장은 파종에서부터 수확에 이르는 모든 재배 과정을 시스템화 한다. 또한 양수분, 온도 등 생육환경 관리를 자동제어하고, 병해충으로 부터도 안전하다. 여기에 인공 지능적 요소를 적용한다면 사람들에게 양질의 영양원을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생육조건을 만들고, 힘들고 정밀한 작업을 필요로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는 식물공장을 농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화 장치와 LED 조명 등 환경관리 제어에 대한 기술을 확립했으며 식물공장 이용 확산을 위해 완전 밀폐형과 태양광병용 등 두 가지 모델을 개발했다.

이러한 식물공장 기술은 현재 시설비용에 대한 경제성이 문제가 되어 농지가 비옥하고 자연기후가 양호한 지역에서는 타당성이 없지만, 중동의 사막이나 시베리아 같은 혹한지역과 같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에서는 수익창출이 가능하고 더 없이 필요한 시설이다.

따라서 민간업체와 협력해 식물공장 기술을 해외 수출해 선점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관련기술을 패키지화하고 현지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경쟁국들을 이길 수 있다.

미래농업은 ICT 융복합 산업으로 기술혁신에 달려있다. 어쩌면 식물공장과 자동화는 농업발전의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지만 종자산업, 식품산업, 바이오 생명공학은 인류의 삶에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분명히 미래농업은 첨단과학의 중심역할을 할 것이다.

/이해길 道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