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23일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는 심야 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역설했다.
지난 15일부터 칩거해오다 4·13 총선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두고 공식석상에 등장한 유 의원의 모습은 지난해 7월 8일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할 때의 모습과 오버랩 됐다.
유 의원은 당시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며 "정치생명을 걸고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청와대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유 의원의 이러한 발언이 박 대통령을 모욕한 것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정치체제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비쳐진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결국 이번에 유 의원에 대해 당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이유를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거론한 데에는 당시 발언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헌법 1조1항을 언급한 것이 공천 배제의 한 요인이 됐음에도 유 의원이 다시 헌법 1조 2항을 언급한 것은 당내 친박계와 청와대의 부당한 공천 관여를 주장하며 비판하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유 의원은 이를 통해 자신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의 불가피성을 합리화하고 향후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강조한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당의 공천 과정이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임을 주장하는 동시에 자신은 향후 민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를 추구해 나갈 것임을 국민에게 공약한 의미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