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23일 전격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른바 '무소속 비박(비박근혜) 연대'가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애초 '원조 친박'으로 간주됐던 유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시절 박 대통령과 마찰을 빚으면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박계로 분류됐으며, 이번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의 '고사작전'에 휘말리면서 비박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당 공직선거후보추천관리위원회가 유 의원의 공천 문제를 후보 등록일 개시 직전인 이날 자정까지 결정하지 않으면서 그는 사실상 무소속 출마라는 '외통수'로 몰려 당에서 축출됐다.

당 안팎에선 유 의원을 중심으로 공천 탈락자들이 모이는 '비박 연대'가 꾸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8년 총선 당시 박 대통령을 따르던 공천 탈락자들이 '친박 연대'로 출마했던 것과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미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권은희(대구 북갑)·류성걸(대구 동갑) 등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낙천에 불복해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유 의원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진다"며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 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 권 의원, 류 의원 등이 유 의원과 의기투합해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경우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이들 외에도 5선으로 비박계 '맏형' 격인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 3선에 지역구 지지기반이 탄탄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 최근 유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임태희 전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서 유 의원과 함께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당장 4·13 총선 곳곳에서 여권 지지표가 분산되며 선거판세에 영향을 미치고 선거 후 정치지형 재편의 단초가 되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는 있다.

다만 유 의원이 8년전 친박연대 때 박 대통령의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하는 데다, 이미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에서 비박연대가 출범하더라도 정치적 파괴력은 친박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유 의원 스스로 자신과 측근 의원의 공천 탈락이 특정 계파의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한 마당에 자신을 중심으로 또 다른 계파 형성을 시도하는 게 모순된다는 지적도 고려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