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정기 말살하기 위해
日, 전국의 무궁화 베어내고
그들의 국화 벚나무 대량 식재
이제 전국의 영혼없는 벚꽃축제
그만 하고 무궁화 심기운동 펼쳐
후손들에게 애국 정신 심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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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4월 5일 식목일은 절기로는 청명이다. 바로 다음날이 한식인데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의 4대 명절 중 하나이다. 계절적으로 청명, 한식을 전후하여 나무심기에 알맞은 시기임으로 1949년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하여 4월 5일을 식목일로 지정하였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여 나무를 심으면서 애림사상을 높이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하여 제정된 날이었다. 1960년에는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폐지하고 3월 15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 지정하였다. 그러나 1961년에 식목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어 식목일이 부활되고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2006년부터 다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지만 식목일에 나무심기 행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출범하고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의 양축과 함께 가장 대표적으로 성공한 치적을 들라면 무엇보다도 새마을운동과 산림녹화 사업이다. 새마을운동은 낙후된 농촌을 개조하고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또한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벌거숭이 산이었던 온 산하가 녹색이 창연하게 푸른 산으로 바뀐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 기적도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대통령, 공무원, 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열정을 모은 결과이다.

지난해 광복 70년을 기념하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외교통일, 산림녹화 6개 분야로 나누어 70년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 출간되었다. 그중 산림녹화 편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산림녹화에 성공한 것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에 걸쳐 황폐지를 복원하기 위하여 사방사업을 하고 화전을 정리하여 그 기반을 닦은 다음, 조직적인 국민 참여에 의한 산림보호 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조림사업을 체계적으로 시행한 결과였음이 기술되어 있다. 또한 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식재한 것이 잘 자라고 있는지 이듬해 철저히 점검한 즉 검목 작업을 한 것이 실효를 거두었음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나무심기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 민족의 상징인 무궁화 심기운동도 적극적으로 펼쳤으면 하는 큰 바람이 있다. 필자는 2013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해마다 식목일에 무궁화 200주씩을 심어 무궁화동산을 가꾸고 무궁화 노래비도 세웠다. 무궁화는 한반도,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한민족의 상징이다. 한반도를 예로부터 근역(槿域)이라 불러왔고 흔히 '무궁화동산', '무궁화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일컬었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나라꽃이다.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 영원하다는 의미로 민족의 무궁한 발전의 기원을 담고 있다. 생명력이 강하고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끈기 있게 꽃을 피운다. 무궁화는 강인함과 끈질김과 순박함과 기다림이 있다. 봄꽃들이 다 피고 진 다음에 여름날 강렬한 햇빛 아래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기를 거듭하면서 7월부터 3개월 이상을 지속적으로 아름답게 피는 꽃이다. 우리나라를 강제로 빼앗은 일제는 우리 민족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자라는 무궁화를 베어내고 그들의 국화인 벚나무를 일본에서 가져다가 대량으로 심었다. 창경궁의 벚꽃놀이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벚꽃축제를 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일제의 사슬에서 벗어난 광복을 기념하고, 대한민국의 성취를 자랑하고, 독도 수호를 외치면서 지금도 역사왜곡을 자행하고 있는 일본이 만들어낸 관습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정서는 모순이 아닌가? 꽃을 미워하자는 것이 아니라 영혼 없는 벚꽃축제는 이제 그만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식목일에는 전국적으로 무궁화 심기운동을 펼쳐 우리 민족 정체성의 상징인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사랑의 정신을 후손들에게 길이길이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