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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 가득한 연초록빛 '봄'
수원 팔달산·용인 호암미술관…
고혹한 자태 뽐내려는 '벚꽃'
은은한 빛 밤에 만나면 더 몽환적
꽃비 맞으며 향기 되어보는 것도
아름다운 사람의 몸짓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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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
애벌갈이를 한다는 춘분을 넘긴 봄날이 더없이 싱그럽기만 합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산과 들이 봄 바람결에 옷고름을 풀고 함박웃음을 날립니다. 많은 생명체가 저마다 봄을 기다린 때문이겠지요.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행렬이 영롱하기만 합니다. 밖을 나서면 바라보이는 모든 것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안겨들어 두근거리고 놀란 가슴으로 걸음을 옮기게 되지요. 그 놀라움은 삶의 기쁨이자 환희일 것입니다. 사계절은 늘 다른 색깔과 모습을 보여주지요. 봄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연초록빛 상큼한 얼굴입니다.

팔달산과 화성 자락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지요. 풋풋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 살아가는 맛과 향기가 새록새록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벌써 매화나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목련과 진달래도 수줍은 꽃망울을 터트리며 웃음을 날리고 있지요. 벚꽃이 피면 봄은 온통 꽃으로 단장하고 빼어난 맵시를 뽐낼 것입니다. 경기도청 자리는 팔달산자락 중 가장 좋은 명당이지요. 수원의 심장이자 허파인 팔달산자락이 병풍처럼 둘러 싸여있고 정조의 효심이 서려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선 해마다 벚꽃축제가 열립니다.

관선시절 도청은 도민들이 찾기에는 어렵고 권위적이라는 일반적 관념이 있었지요. 그때 도청을 개방하고 벚꽃축제를 시작한 것은 신선한 발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마다 벚꽃이 필 때면 수원은 물론 인근 도민들이 즐겨 찾는 좋은 쉼터가 되고 있지요. 수백여 그루의 벚나무가 저마다 다른 얼굴과 고혹한 자태를 뽐내기 때문입니다. 도지사 집무실과 굿모닝하우스로 새롭게 탈바꿈한 옛 도지사공관도 돌아볼 수 있지요. 벚꽃이 일본 꽃이라는 이도 있고 토종 꽃이라는 이도 있지만 열린 관점에서 보면 결코 문제될 일은 아닙니다.

봄빛이 완연한 팔달산자락 잔디광장에 누워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며 삶을 저울질해 보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마음을 가다듬고 화성 성곽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도청뿐만이 아니지요. 용인 호암미술관으로 가는 가실 벚꽃 길에서도 해마다 벚꽃축제가 열립니다. 용인시와 3군사령부, 에버랜드 협업으로 열리는 축제이지요. 이 일대 수천 여 그루의 벚나무가 꽃을 피우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가실벚꽃 길이 용인 8경으로 손색없는 이유입니다.

봄은 속절없이 나들이를 나서고 싶어지는 계절이지요.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가 다시 숨을 몰아쉬며 아지랑일 떠올리고 잎이 나고 꽃이 피기 때문입니다. 물이 다시 흐르고 속살처럼 싱그러운 바람결에 온 누리가 풀꽃향기로 가득차기 때문이지요. 봄꽃구경 중 제일은 단연 벚꽃구경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면 세상 더 부러울 것 없는 황홀경으로 빠져들게 되지요. 봄날에는 에버랜드 주변이나 한국 민속촌, 일산 호수공원, 남한산성 길이나 팔당호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주변 등 어느 곳에서나 벚꽃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벚꽃은 낮보다 밤에 만나면 더욱 몽환적이지요. 은은한 빛을 받은 벚꽃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고 고혹한 얼굴로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순결과 절세미인이라는 꽃말처럼 벚꽃은 밤이 낮보다 아름답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지요. 고운 햇살에 들떴던 마음이 밤 벚꽃을 만나면 차분해지고 보다 따뜻하고 넉넉해집니다. 홀로 나서는 것보다 연인이나 가족이 함께 즐기는 것이 좋은 이유이기도 하지요. 벚꽃이 만개한 날에 꽃비를 맞으며 꽃이 되고 향기가 되고 바람이 되어보는 것도 아름다운 봄날에 걸 맞는 사람다운 몸짓이 아닐까합니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