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언급 자체를 피하며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했다.

이번 총선 후보 공천 결과를 둘러싼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간 갈등 등을 의식해 박 대통령과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김 대표는 이날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초반부에서 '유승민 의원의 공천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한 패널이 '박 대통령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것도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질문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가 이처럼 박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작심한 듯 또박또박 단호한 말투로 답변을 거부하자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토론회가 끝날 무렵 박 대통령의 장·단점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도 김 대표는 "민주주의 사회에선 원래 좀 시끄러운 거고 자기 개인 의사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박 대통령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처지가 아니라는 걸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답변을 끝내 피했다.

앞서 김 대표는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을 포함해 3개 지역 공천심사안에 반발, 친박계와 대치하며 무공천을 고집·관철했고, 친박계는 김 대표가 결국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었다.

그는 그러나 이번 공천 과정을 통해 박 대통령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강을 아직 건너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김 대표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아주 불행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제가 내린 그런 결정이 없었다면 과반수 득표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무공천 관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부족함을 다소 느끼고 있다"면서도 "(정권이 추진한) 각종 개혁 정책에 제가 앞장서 왔던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토론회 참석 때문에 이날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떠나는 박 대통령의 출국 환송 행사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이에 대해 "토론회 때문에 그동안 쭉 나갔던 공항에 출영하지 못한다는 말씀을 (박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며 "(원유철 원내대표와) 둘 다 못 나간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대구시당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나선 유 의원과 주호영·류성걸·권은희 의원에 박 대통령의 사진을 반납하라고 요구한 이른바 '존영 반납 논란'에 대해 "그동안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있었는데 아주 좋은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