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당장 전셋방이라도 얻어야 할텐데….어떻게 살아야할지 눈물이 나요.”
용인의 한 보육원에 있는 고3학생 김선미(18·가명)양은 방학을 앞둔 요즘,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가 버겁다. 또래 친구들은 입시준비에 한창인 때, 김양에게 진학은 그야말로 사치다. 부모, 형제 등 아무런 기댈 곳이 없는 김양은 이제 홀로 뛰어들어야할 세상이 무섭고 원망스럽기만 하다.
보육원 등 육아시설에 있는 고3학생들이 퇴소를 앞두고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만18세가 되면 보육시설에서 퇴소해야 하지만 마땅한 자립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아 힘겨운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소정의 자립정착금이 지원되지만 전셋방 하나 얻을 수 없고 진학을 하더라도 한학기 등록금 이외에는 아무런 지원이 없어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챙기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도내에서는 한해에 100여명, 전국적으로 1천여명 정도가 이처럼 사회의 무관심속에 매년 거리로 내몰리고 있고 비인가시설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수원의 한 보육원에서 14년째 생활해온 최인수(18·가명)군은 두달전부터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생인 최군은 다른 친구들이 수시모집 응시를 위한 내신성적 올리기에 여념이 없을때도 학교 시험공부보다는 자격증 취득에 매달려야 했다. 당장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최군이 퇴소할 경우 받게 되는 돈은 정부에서 지원되는 100만원, 도 지원 300만원, 시 지원 100만원 등 정착금 500만원과 약간의 후원금이 전부다. 최군은 일단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식당에 취업하는 게 급선무다.
최군은 “2학년때까지만 해도 진학을 할까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계산해봐도 먹고 살 수가 없겠더라”면서 “요즘처럼 부모님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시설에서는 자립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보육시설에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동생들에게 짐이 될 수 없다며 독립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육시설의 고3학생들은 진학보다는 취업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진학을 하더라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지못해 도중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한 보육사는 “공부를 잘 하더라도 우선 자신이 처한 경제적 기반을 설명해주고 취업을 한 뒤 다음에 진학을 고민해보라고 설득해야 할 때가 있다”면서 “진학상담을 할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시설퇴소 청소년들 '복지 사각지대' ]
보육시설 고3학생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외로운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한창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어야 할 18살의 청소년들에게 현실의 짐은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 그러나 정부의 보육정책은 양육과 지도·관리에만 집중돼 있어 이들의 자립대책은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퇴소청소년 자립지원 실태=퇴소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크게 자립정착금과 한 학기 학비보조 그리고 취업교육지원을 들 수 있다.
우선 정부와 자치단체로부터 지급되는 자립정착금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 경기도의 경우 정부지원금 100만원과 도 지원금 300만원이 있다. 여기에 기초자치단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도내 보육시설 퇴소청소년에게 지급되는 총 정착지원금은 500만원이다.
이 돈으로 전셋방은 어림도 없고 월세를 살더라도 빠듯하다. 그래서 대개 퇴소 청소년 2~3명이 정착금을 모아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돌보는 이가 없는데다 잦은 이직으로 대부분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고있지 못하다.
다음으로 진학시 주어지는 학비보조는 250만원이지만 최근 거의 모든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원 이상이어서 이 또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물론 이 밖에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재비와 생활비 등은 모두 혼자 해결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보육시설 청소년들은 고등학교 진학시부터 실업계 고등학교를 강요받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80~90%가 취업보다는 진학을 택하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취업교육지원도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취업을 준비중인 고3학생에게는 한달에 10만원의 학원비가 지원된다. 그러나 취업학원이 실기위주이다보니 대개 한달 수업료가 20만~30만원 선이라 부족분은 눈치를 보며 보육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자립기반 마련 절실=퇴소 학생들의 가장 큰 고충은 무엇보다 주거문제다. 현재 주어지는 자립정착금으로는 무연고 청소년들이 자립기반을 구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는 퇴소청소년들에게 일정기간 숙식을 제공할 수 있는 자립지원센터의 설립과 전세비 지원 등이 있다. 자립지원센터는 현재 서울, 부산 등 일
시설 퇴소앞둔 10대들 '어떻게 사나…' 한숨
입력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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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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