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책임 사퇴' 성명서 한장
익숙한 야당 레퍼토리 예측돼
서민들이 왜 투표하는지
야당 지지토대·바탕 몰라
선거마다 분열→敗 무한반복
후보사퇴 시한 코앞 '중대변수'


2016040301000102000004871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월 13일 오후 6시. 여당의 압승.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야당의 성명서 한 장.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일여 다야의 선거구도에서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선거가 끝나고 도대체 무엇을 책임진다는 것인가. 야권의 분열이 곧 패배라는 것을 몰랐던 국민들이 있었던가. 기업이었다면 망하는 길을 끝까지 고집한 CEO에게 그런 식의 사퇴란 있을 수 없다. 아주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정치적 몸짓으로 진짜 책임져야할 상황을 회피한다. 그래서 다짐한다. 패배했다고 눈물을 흘리지 말자. 사퇴한다고 섭섭해 하지도 말자. 반성도 낭비다. 헛된 분노는 정신까지 해친다. 그러나 우리들은 알고 있다. 가을이 되기 전에 잠룡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내년 말까지 거듭될 분열과 이합집산도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힘과 낙하산의 달콤함을 아는지라 백병전에 가까운 대선 판이 될 것이다.

보수의 기치를 내건 후보와 정당 간 합종연횡도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될 것이다. 대선 판을 좌우할 키워드는 개헌이다. 통치구조의 변경과 선거제도의 변경은 대선의 블랙홀이다. 중대선거구를 채택하고, 비례대표제를 확대한다면 일본식 자민당의 장기집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일 문제도 살아있는 변수다. 이런 결론에 이를 때마다 과연 야당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2013년 12월. 문재인은 한권의 책을 썼다. '1219, 끝이 시작이다'. 자신의 대선 패배 이유를 자성한 책이다. '평소 준비와 실력 부족 그리고 벼락치기'를 그 이유로 들었다. 패배의 원인을 '우리 안의 근본주의'에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야당은 어디에서 무엇을 통해 변하고 있는가.

물론 야당의 단골메뉴는 서민사랑이다. 공약도 구호도 서민의 대변자임을 결코 빼놓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거마다 패배의 길을 무한반복하고 있다. 멀쩡한 당을 쪼개고, 대표를 내보낸 야당이다. 어설픈 공천의 칼날로 지지자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다. 자기실력을 통한 승부가 아니라 당대표까지 빌려다 선거를 치르고 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야당은 잊고 있다. 서민들이 어디에 투표를 하는가. 왜 정치를 비난하는가. 왜 투표장에 가지 않는가.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여당보다 야당에게 투표하는가. 투표하는 서민들은 특정 지역출신인가. 투표장에 간 저소득층이 여당의 승리를 만들어 주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야당이 철저하게 따져 보았다는 자료들을 찾기 어렵다. 야당의 지지토대와 바탕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지구당이 없어지면서, 현재 야당의 지역 기반은 대부분 사라졌다. 야당의 바탕이었던 민주개혁세력은 그 기반이 크게 퇴보하고 있다. 모이는 사람들만 모이는 지역의 시민운동도 탈진 직전이다. 일부 종교의 편향적인 보수화와 정치적 영향력도 큰 변수다. 지역에 세력화되어 있는 관변단체의 활동도 위협적이다. 종편으로 지칭되는 일부언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바탕도 지지자도 없는 야당은 선거 때마다 급조된 조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청년실업과 양극화가 극에 달해도 분노하지 않는다. 후보자가 누구이든지 공약이 무엇이든지 관심이 없다. 헌법은 국회의원을 헌법기관으로 대접한다. 그러나 서민들은 선거를 후보자나 그들 주변의 권력과 이권을 위한 절차로 여긴다. 입에 달린 공약과 구호에 감동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국민들의 절망이 클수록 민주주의는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선거의 변수를 좌우할 후보사퇴의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야권의 분열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 것인지. 후회할 시간은 많지 않다. 야권, 정말로 이렇게 하다가는 대선도 진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