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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아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윤동주(1917~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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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발현(發顯)과 발아(發芽)는 다르다. 현실의 표면에 없었던 것을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발화는 속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타나는 것을, 발아는 이전에 없었던 것이 생겨나는 것이다. 요컨대 '개나리'와 '진달래' 꽃은 나뭇가지라는 장소에서 피는 발화이고, '배추꽃'은 씨앗에서 비롯되는 바, 발아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발현은 순환 속의 재생을 견인하지만 발아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생겨남이다. 이 모두 생명이라는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것으로서 '고독의' '외로움의' '슬픔의' "삼동"을 지나온 바, '생명의 혈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복되는 혹은 시작하는, 당신의 만남도 '인연의 이랑'에서 얼마나 진통을 겪었는지, 돌아보면 봄날 한복판 "푸르른 하늘"에서 아지랑이같이 "아른아른" 하게 피어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