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180석을 목표로 내세울 정도로 한때 자신에 차 있던 새누리당이 자체분석 결과 과반 의석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됐다는 결과를 내놓으며 선거전에 비상령을 발동했다.

현재 판세대로라면 서울에서 사실상 '전패'나 다름없는 참담한 결과가 나와 300석 가운데 140석 안팎을 얻는 데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치 때문이다.

이 같은 분석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휴대전화 안심번호'로 모든 연령층에 걸쳐 최근 벌인 여론조사에 바탕을 뒀다는 게 새누리당의 전언이다.

안심번호 여론조사는 유선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해 젊은층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일반적인 여론조사보다 여론 왜곡이 적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설명이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122개(서울 49개, 경기 60개, 인천 13개) 지역구 가운데 약 절반을 대상으로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 서울에선 강남 갑·을·병, 서초갑·을, 송파갑, 동작을 등 7곳을 제외하고 모두 열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도 단위에서 가장 많은 60석이 걸린 경기도에서도 절반에 못 미치는 20여곳을 확보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도 65석 가운데 부산·대구·경남에서 최소 8석을 야당에 빼앗길 것으로 예상했다.

권성동 전략본부장은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언론에 나오는 여론조사는 다 '착시'다. 수도권의 경우 우리 당 후보의 실제 지지율은 15∼20% 낮게 나와 최악의 경우 135석으로 쪼그라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언론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박빙 우세'로 나온 곳은 (자체 조사에서) 전부 지는 것으로 나오더라"며 "수도권 선거대책본부는 모두 초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여론조사업체가 매주 집계하는 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2천5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37.1%로 지난주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3%포인트 오른 26.2%, 국민의당은 0.8%포인트 오른 14.8%다. 정의당(8.5%)까지 더하면 야권 지지율은 49.5%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61%, 유선전화 39% 방식으로 조사됐으며,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오차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특히 일간 집계에서 서울 지역 지지율은 지난 1일 27.2%로 전날보다 8.7%포인트 급락해 더민주(31.7%)에 역전당했고, 충청권 지지율도 32.0%로 전날보다 10.9%포인트 빠졌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공천 파동'과 박근혜 대통령 '존영 논란'으로 중도층의 표심이 돌아선 것은 물론, 보수층마저 일부 이탈한 결과로 풀이됐다.

한 당직자는 연합뉴스에 "더민주도 공천 파동을 겪었지만, 우리가 후보 등록 마지막날까지 내홍을 겪으면서 집중적으로 조명된 측면이 있다"며 "존영 논란도 아군끼리 '지저분한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운동 초반 판세는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나왔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막판에 보수층 결집하면 예상 밖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선거 공보물을 받아본 유권자들이 이제부터 본격적인 고민을 할 것"이라며 "지지율 하락도 계속 이어지기보다는 바닥을 확인하는 단계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와 같은 분석의 근거가 되는 조사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선거 결과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기 위한 일종의 '엄살부리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