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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4일 경남 김해 외동시장 유세현장에서 김해을 이만기 후보 지지를 호소하다 목이 아파 잠시 연설을 중단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앞에서 열린 김병관·김병욱 후보 지원유세에서 후보들의 발언을 들으며 땀을 닦고 있으며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4·13 총선을 앞두고 내년 대선을 향해 뛰는 여야 '잠룡'들의 행보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총선 이후 대권을 향한 움직임에 본격 나설 것임을 시사하며 노골적으로 '대권 마케팅'에 나섰다. 반면에 일부 인사들은 대선과 관련해서는 함구하며 총선에 '올인하는 모습이지만 이 역시 총선 성적표가 향후 정국에서 자신의 위상을 결정짓는 중대 변수라는 점을 의식한 '전략적 자세 낮추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대표 주자인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대권에 대한 언급을 극구 피해왔지만, 최근 들어선 의미심장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대권가도에 슬슬 시동을 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부산 유세에서 자신의 지역구 경선 상대였던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와 안성민 전 시의원 등을 언급하며 "이 분들이 열심히 해서 앞으로 4년이 될지 2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떳떳하게 국민 공천을 통해 여러분의 선택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2년 후인 2018년은 현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시기로, 자신의 지역구가 그때 궐석이 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 발언의 진의에 관해 묻자 "그냥 하는 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치권에선 대권도전과 연계시킨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대표는 앞선 유세에서도 "이번 선거가 끝나면 당 대표를 그만두려고 한다"면서 "이제 더 큰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총선 결과가 향후 김 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번 공천 과정에 '옥새투쟁'까지 벌이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다는 점에서 총선결과가 좋을 경우 차기 주자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는 게 당 주변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최근 공천 파동 후유증으로 잠룡 경쟁에서 주춤하는 사이 여권에서 떠오르고 있는 다크호스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5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1.9%포인트)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오 전 시장은 전주보다 1.6%포인트 오른 15.4%를 기록하며 12.9%에 그친 김 대표를 밀어냈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고)

이 조사에서 오 전 시장은 최근 5주 연속으로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며 야당의 문재인 전 대표를 바짝 뒤쫓았다.

다만, 오 전 시장은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 5선 의원인 정세균 후보를 이기는 게 급선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전 시장이 일단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막판까지 표심이 요동치는 서울 선거 특성상 아직 승부를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권내 또 다른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총선 이후 본격 대권 도전에 나설 것임을 내비치고 있으나 총선에서 야당의 잠룡인 김부겸 후보를 이기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충북도지사를 지냈고, 이번에 청주 상당에서 4선에 도전하는 정우택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이제 이번에 당선된다면 4선과 최고위원을 거쳤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검토를 해보려고 하고 있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야권의 잠룡들 역시 이번 총선이 대권가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지만, 선거전에서는 자신의 대선 관련 거취에 관련된 언급은 피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앞서 이번 총선을 자신의 '세 번째 죽을 고비'라고 규정한 데다 지난 1월 대표직을 사퇴할 때도 이번 총선에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밝혀 총선 결과와 자신의 대권도전을 사실상 결부시켜 놓은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총선 국면에서 야당의 험지와 박빙 지역 위주로 적극적인 선거 지원에 나서 야권연대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대선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무슨 대선 얘기를 할 상황이냐. 지금은 총선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차기 대권후보로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황인데 굳이 이 문제를 꺼내 들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자신의 측근들이 총선에 출마했지만, 총선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현직 광역단체장 신분 탓에 선거 관련 언행 자체를 피하고 있다.

다만 안 지사의 경우 문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 충남 홍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충청지역에서 더민주 후보를 뽑는다면 안 지사가 내년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며 안 지사를 고리로 더민주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여야 잠룡 간 대결로도 관심을 모으는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전 의원 역시 총선 승리에 집중하고 있다.

김 전 의원 측은 "지역주의의 벽을 한 번 넘어보는 것도 어마어마하게 큰일인데, 대권 얘기는 주제넘은 짓이고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의원측은 정치권에서 자신의 이번 총선을 대권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데 대해선 손해볼 게 없다며 큰 저항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대선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16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킹메이커는 지난 대선을 끝으로 더는 안 한다고 결심한 상태여서 킹메이커는 더이상 안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유세 현장에서는 자신을 현재 미국 대선 경쟁에서 파란을 일으키는 미국 민주당의 샌더스 후보와 연결시켜 자신을 '한국판 샌더스'에 비유, 대권 도전 여지를 내비쳤다는 해석을 낳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총선 기간 대선 논의에는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더민주에서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 자체가 대권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시각이 많다는 점을 안 대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 대표는 확고한 원내 제3당으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일 뿐, 개인적 욕심이나 야망은 전혀 없다며 이번 총선과 대권 행보를 연결시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대선 도전 여부에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제 머리 속에는 대선 고려는 전혀 없다. 지금은 어떻게 총선을 잘 치를까 생각으로 꽉 차 있다"며 "지금 대선을 생각하는 사람은 국민이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 주도 정권교체의 대장정을 시작하자"며 "저 천정배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너무도 많다. 더 큰 힘을 주면 더 큰 성과를 내겠다. 반드시 야권재편을 완성하고 정권을 다시 찾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자신이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낳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