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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하마터면 큰 사고를 칠 뻔했다. 어느 신문에 나온 기고를 죄의식 없이 베껴 쓴 엉터리 원고를 건네받아 경인일보 지면에 실리게 할 뻔했다.

사연은 이렇다. 며칠 전 기자가 출입하는 공기업 인천본부의 한 직원이 "급히 본부장 명의의 기고를 실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 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전국의 각 본부장은 해당 지역 신문에 기고가 나올 수 있도록 하라는 본사의 지침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고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평소 기자는 각계각층의 많은 이들이 기고를 통해 소소한 일상에서 얻는 행복이나 깨달음, 또는 각종 쟁점에 대한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가까운 이웃,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기를 바란다. 특히 공직자, 정치인, 기업가 등 소위 '오피니언 리더' 그룹의 인사들이 보내오는 기고는 대개 시민에게 유익한 정보 등을 담고 있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그 직원은 부리나케 본부장 명의의 기고를 보내왔다.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혼자 피식 웃으며 글을 읽어내려가던 중 고개가 갸우뚱했다.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한 표현이 있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어느 신문에 게재된 기고의 한 문단을 긁어다가 짜 깁기를 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기고는 지침을 내렸다는 본사의 최고 경영자가 쓴 글이었다.

곧장 직원에게 전화해 항의했다. 하지만 그는 뻔히 들통 날 거짓말을 하며 횡설수설했다. 그러곤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베껴 쓴 부분만 고쳐 보내면 실어줄 수 있느냐는 그의 뻔뻔함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또 문제의 기고는 그가 대신 쓴 것임을 알게 됐다.

해당 본부장은 거듭 사과했다. '대필·표절 기고'가 버젓이 신문에 나올 뻔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