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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의 주간이다. 여기 저기 화사한 손짓을 하는 봄철은 뭐니 뭐니 해도 나무의 계절이다. 나무가 우리에게 선사한 것은 한 둘이 아니다. 고대에 먹고 살기 위해 인간이 만든 각종 利器는 대부분 나무로 된 것이었다. 농기구, 배, 수레, 집, 땔감, 무기 등등 다양하다. 식용만 보더라도 나무는 당장 우리가 따먹는 과실을 줄 뿐 아니라 뿌리에서 열매까지 모두 약재로도 사용된다. 이런 현실적인 선물 말고도 나무는 무한한 영감과 사상의 상징물이 되기도 하였다.

먼저 天地의 구조와 변화를 나무로 보아 天地의 실정을 나무의 줄기와 가지로 틀을 짜서 파악하였으니 干支가 그것이다. 干은 줄기 幹에서 '干'만 따온 것이고, 支는 가지 枝에서 '支'만 따온 것으로 간지는 나무의 줄기와 가지이다. 천지를 하나의 나무로 본 것이다. 지금도 이 10간 12지는 천간과 지지라는 천지간 시공의 길흉을 따지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나무에서 열린 과실을 보고 뉴튼은 '중력'이라는 천지간 작용하는 과학적 힘을 떠올렸고, 주나라 주공은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는 생명력과 양심의 보존이라는 윤리적 당위를 제시하였다. 무엇보다 나무에서 얻은 동양의 지혜는 본말(本末)의 도리에 관한 것이다. 뿌리에 해당하는 本과 지엽에 해당하는 末은 동양철학의 핵심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에 전통적으로 오래된 사상이 민본(民本)이다. 뿌리가 힘이 없을 때 그 나무는 무너진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데, 뿌리라는 게 땅 속에 있어서 그런지 평소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선거철에는 그렇게 잘 보이는 그것이!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