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501000309500015541.jpg
4·13총선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1일 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에서 주민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야권분열로 인한 대혼전 속에 4·13 총선을 치르게 되면서, 예전 선거에서 바람몰이 역할을 톡톡히 했던 '스타급' 의원들의 지원유세도 실종됐다.

서울은 물론 텃밭인 호남에서도 중진 의원들이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게 되자 다른 지역 후보들로부터 지원사격 요청이 쏟아지고 있지만 자기 발등의 불을 끄느라 여념이 없어 자기 지역구 밖으로 눈길조차 돌리지 못하고 있다.

호남 후보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요청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아직 호남으로 향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서울 안에서 다른 후보 지원을 나서고 있다.

17대 총선 때 친노(친노무현)진영을 중심으로 한 열린우리당 창당에 맞서 호남 기반의 민주당 사수에 몸을 던져 한때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로 불렸던 추미애 전 최고위원 캠프로도 호남 후보들로부터 'SOS'가 이어지고 있지만, 역시 지역구 일정만 소화하고 있다.

한 곳에 지원을 가면 다른 곳에서도 요청이 들어오고, 자칫 지역구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전 대표도 지역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내 한 계파의 수장인 만큼 원래대로라면 곳곳을 누비며 동료 후보들에게 힘을 보태겠지만, 새누리당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워낙 쉽지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어 눈을 돌릴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정 전 대표 측은 "지금 판세가 워낙 박빙"이라며 "지역구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경기 북부벨트'를 책임졌던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의 보폭도 예전같지 않다.

문 전 비대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한번 배제(컷오프)됐다가 구제된 사례여서, 지역 유권자들을 조금이라도 더 만나야 하는 상황이다.

호남 내에서도 옆 지역구들을 받쳐주면서 '바람'을 일으키는 중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텃밭 선거 결과를 전처럼 낙관하기 힘들어져서다.

비대위원을 맡았던 우윤근 의원이나 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장도 지역구 선거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비호남권의 비대위원이었던 변재일 표창원 김병관 후보 등도 박빙의 판세 속에 지역구에 올인하고 있다.

원내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서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고 있어, 다른 후보의 지원에 나설 여력은 없어 보인다.

더민주 관계자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어려운 싸움이 계속되면서 후보들의 지원요청은 쇄도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원톱' 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의원은 "과거에는 선대위 구성부터 (위원장급을) 계파 수장급들로 채워넣으면서 중진들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었다"며 "지금은 원톱체제에서 김 대표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 중진들이 나서기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비례대표 후보들이 선거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비례번호 8번 이철희 선대위 상황실장의 경우 쏟아지는 지원요청 속에 방방곡곡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공천탈락자들로 이뤄진 '더컸유세단'을 비롯,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해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도 지원유세에 나서 중진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런 모습은 지도부가 전국 선거를 지원하며 '광폭행보'를 보이는 여당은 물론, 국민의당과도 사뭇 대조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역구에서 출퇴근 인사만 하고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고, 박지원 의원도 호남을 순회하고 있다.

박 의원은 트위터에 "지원을 와 달라는 우리당 후보가 있고, 자기 지역은 오지 말아 달라는 더민주 후보도 있다"며 "(더민주 의원이) 집까지 찾아왔지만, 선당후사 할 수밖에 없다"고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