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여야 각 당은 각각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까 조마조마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을 겪으며 적극적 지지층의 이탈 현상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밀리면 전체 판세가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떨고 있다.



◇ 새누리 130석 이하 경우 '재앙' =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대로 가다간 130석도 못 얻을 것"이라며 연일 위기 경보를 울려대고 있다.

애초 목표 의석으로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내세웠다가 공천 파동 등 악재를 겪으며 선거 운동이 시작된 후에는 과반수 확보로 수정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과반수도 사실상 어려운 목표라며 곳곳에서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전날 밤 개최된 긴급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한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의 판세분석 자료에 (당선 가능 의석수가) 125~126석으로 돼 있어서 경악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여의도연구소는 자체 조사에서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와 서울에서는 최악의 경우 30석 확보도 장담하기 어려우며, 텃밭인 영남에서도 8석가량을 야당이나 무소속에 뺏길 것이라는 분석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지지층 결집을 노린 '엄살'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당 지지율과는 달리 적극적 투표층의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50~60대가 투표장에 많이 가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30~40대가 더 많이 가겠다고 한다"며 "수도권 같은 경우 확실하게 우세라고 말할 수 있는 데는 많이 잡아야 4~5군데가 전부"라고 말했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MBC라디오에서 "1차 판세분석을 할 때는 과반수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봤지만 2차 판세를 분석한 결과 핵심 지지층 이탈이 심각하고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전국적으로 과반수에 훨씬 미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더민주 "18대 81석 재판될라"…광주 참패 우려 = 더불어민주당은 2008년 18대 총선 결과의 재판을 최악의 경우로 상정하고 있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전열이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져 있던 상황에서 출범 초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과 맞물려 당시 통합민주당(더민주의 전신)은 81석을 얻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48석이 걸린 서울에서는 불과 7석을 얻어 전멸 수준이었다. 51석인 경기에서 17석, 12석의 인천에서 2석을 이기는 데 그쳐 111석을 차지한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26석이라는 궤멸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의 경우 야권 분열이라는 취약점이 있지만 18대 총선처럼 초토화된 수준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문제는 호남이라고 보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8대 총선 때는 수도권 전멸과 달리 31석이 걸린 호남에서 25석을 얻어 그나마 호남 맹주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당과 험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고 한 치 앞으로 내다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판세로 보면 최악의 경우 8석의 광주에서 1석을 얻는 데 그치는 등 호남 전체 28석 중 절반도 못 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

더욱이 호남의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쏠릴 경우 이는 수도권 내 호남 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해 수도권 선거전 참패로 연결된다면 상상하기 싫은 결과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더민주가 앞서고 있다고 판단하며 어느 정도 승리를 장담하는 지역구는 60~65곳 수준에 불과하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도 그렇고 호남도 그렇고 혼전 지역이 너무 많아 선거전 막판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라며 "막판까지 여야 일대일 구도를 형성해 더민주 지지를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교섭단체 실패하면 당 존립도…" = 국민의당은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 특히 광주를 더불어민주당에게 잠식당할 경우 선거 전략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현재는 호남 28석 중 20석 이상을 노리고 있지만 만에 하나 광주가 흔들리기 시작할 경우 전남·북의 경합 지역도 도미노처럼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가 '대통령 저격' 포스터 논란으로 실점하고 광주 서을에서 천정배 공동대표에 도전장을 던진 더민주 양향자 후보의 상승세 등이 광주의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8석 중 7석을 '우세'로 자체 분류하는 낙관적 상황에서 일부 후보 측의 돌발 발언이나 사고가 전체 판세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국민의당에서는 일단 판세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제1야당으로서 더민주의 저력상 호남 선거구를 양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정당 투표는 물론, 호남 지지에 영향을 받는 수도권 판세에도 직격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호남 28석 중 '반타작'인 14석에 그치고 기타 지역에서는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만 살아남고, 비례대표에서 5석 내외를 얻어 원내교섭단체에 '턱걸이'하는 상황을 최악의 경우로 보는 분위기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더해 안 대표마저 낙선할 경우 교섭단체 구성 실패는 물론 창당 2개월여 만에 당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기도 한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호남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있는 집일수록 잔매를 맞게 마련이다.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며 "사소한 실수로 또 다른 역풍을 맞을 경우 전체 판을 그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