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이 최근 발표한 20대 총선 부동산·주거복지 관련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로울 것이 없는 기존 정책의 나열이나 이미 폐기된 정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쳐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어젠다 설정에도 실패했고, 고심의 흔적조차 없어 보여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 수준이라는 혹평까지 나왔다.

새누리당이 내건 행복주택, 대학생 연합기숙사, 소규모 건축물 양성화, 빈집 리모델링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등은 정부가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업무보고 등을 통해 추진 계획을 발표한 정책들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에는 뉴타운과 같은 개발공약이 시장을 휩쓸었다면 이번엔 그동안 해오던 주거복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은 듯하다"라며 "그러나 여당의 공약이라 해도 현재 진행중인 정부 정책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이 앞세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민간임대 등록제 등은 이미 19대 국회에서 이미경 의원 등이 법안으로 발의했다가 사실상 폐기된 안건이다.

정부와 여야는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현안법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국회에 서민주거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정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등의 경우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커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전월세 전환율을 높이고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마련하는 선에서 합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반영했으며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공공임대 재고량 3분의 1을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등의 공약은 다른 서민층의 공공임대 입주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을 떠나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증증권을 기반으로 전세자금을 빌리는 '누구나전세보증제도'는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서, 국민의당이 제시한 이사시기 불일치로 인한 주택자금 대출 상품은 이미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어서 새롭지 않다.

상가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것은 임차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 일부 상권의 상가 임대료 급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부 공약에 대해선 포퓰리즘 논란도 있다.

국민의당의 국민연금을 활용한 청년희망임대주택 공급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수익성과 안전성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데 연금을 주택건설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수혜 대상이 청년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경제학자는 "공공임대주택을 재원이 없어서 못 늘리는 것도 아니고 주택도시기금(옛 국민주택기금)도 있는데 국민연금을 왜 임대주택 공급에 써야하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따져볼 때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공약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체센터장은 "수도권 뉴타운지구 해제 이후 무분별한 난개발에 대한 대안개발 모델이나 준공공임대사업자의 증여·상속세 감면 등의 실질적인 공약이 없는 게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총선에는 눈에 띄는 개발 공약도 없고 부동산 정책이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