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들은 '응답하라 1988' 같은 복고풍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위안을 얻고 '내부자들', '베테랑' 같은 영화에서 정의가 실현되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얻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러나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기는 하던가"라고 되묻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정치혐오와 불신에 빠져 있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75.8%였다.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던 시기였다. 반면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6.1%, 2012년 제19대 선거 투표율은 54.2%로 투표율이 50%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혼용무도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국회의원들의 잘못이기만 할까? 아니다. 그런 국회의원을 당선되도록 방임한 우리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1조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4년 동안 국회에서 일해야 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투표 참여는 이런 대의 민주주의가 유지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이를 방임하는 것은 주인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중국 '한비자'에는 주인이 심부름꾼을 움직이게 만드는 두 개의 칼자루를 언급하고 있다. '상'과 '벌'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심부름꾼에게 상과 벌을 내릴 수 있다. 4년마다 투표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후보자 중 한 명에게 투표하면 바로 주인이 심부름꾼에게 상을 내리는 것이고, 선택을 받지 못한 후보들에게는 벌을 내리는 의미가 된다. 상을 줄만한 심부름꾼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심부름꾼인 후보들이 모두 그렇고 그래도, 덜 나쁜 쪽에 '상'을 내리는 게 희망을 만들어 갈 책임이 있는 주인된 도리일 것이다.
교수신문은 2016년 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정본청원(正本淸源)'을 선정했다.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부강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희망으로 가슴뛰던 1988년 75.8%의 투표율을 다시 한 번 만들어 보자. 국민들은 투표권 행사로 심부름꾼들에게 '상'도 주고, '벌'도 주자. '혼용무도'의 대한민국을 '정본청원'의 대한민국으로 바꿔가는 희망의 첫 걸음을 만들어 보자. 대한민국에 '정의'라는 '달달한 것'이 아직 남아 있음을 보여주자. 응답하라, 1988.
/사형환 고양시일산동구선거관리委위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