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난 '베이비붐(Baby-boom) 세대'의 표심이 4·13 총선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번 총선은 일반적으로 1955∼1963년생을 가리키는 1차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양띠(1955년생), 원숭이띠(1956년생), 닭띠(1957년생) 유권자가 고령층(60대 이상)에 진입하고 나서 처음 치러지는 총선이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인 명부에 따르면 60대 이상 유권자는 약 984만명으로 연령대별 유권자 가운데 가장 많다. 19대 총선의 60대 이상 유권자보다 167만명이 늘었다.
19대 총선후인 2014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첫 출생자(1955년생)들이 60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4년새 증가한 60대 이상 유권자(167만명) 대다수는 베이비부머로 볼 수 있다.
40대 22.0%(882만명), 30대 20.5%(822만명), 60대 이상 20.3%(817만명) 순이던 19대 총선의 인구 구조는 4년 만에 60대 이상 23.4%, 40대 21.0%(884만명), 50대 19.9%(837만명) 순으로 달라졌다.
전체 유권자 4천210만명의 약 4.0%인 이들 '신규 고령층' 167만명의 투표 행태는 수천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박빙의 승부처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신규 고령층으로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는 청년 시절에는 군사 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겪고,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경제적 부침을 거쳐 은퇴 계층이 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치적 신념이나 학력·재산 등과 무관하게 나이가 들수록 정치적으로 보수화 경향을 보인다는 '에이징 이펙트(aging effect)'도 선거운동 전문가들이 빼놓지 않는다.
따라서 60대 이상 유권자가 늘어났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보다 새누리당에 유리한 인구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50∼60대 이상이 새누리당의 주요 공략층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50∼60대의 투표성향이 예년 같지 않다는 점을 들어 '과반 의석'도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체 판세분석 결과 50∼60대 이상 지지자 가운데 약 20%가 '투표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50∼60대 이상 지지율 중 5∼6%포인트는 투표를 안 하겠다고 답했다. 마음으로만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단순 지지율 기준 140여석, 적극 투표층 기준 125석의 판세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50∼60대 이상의 이탈 현상에 더해 야당 지지 성향으로 분류되는 20∼30대의 정치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50∼60대 이상 투표율은 19대 총선보다 낮아지고, 20∼30대 투표율은 오를 것"이라고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예상했다.
더민주는 베이비붐 세대의 투표 성향에 대한 시각부터 다르다. 고령층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덮어놓고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철희 상황실장은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젊은층이 나이가 들면서 더민주의 지지 기반이 넓어진 셈"이라며 "새누리당의 기존 지지층도 이탈하는 판국에, 나이 기준으로 유·불리를 따지는 건 검증이 안 된 가설"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사이에서도 "지금의 60세와 예전의 60세는 다르다"(코리아리서치 원성훈 상무)거나 "과거처럼 50∼60대 이상이 무조건 보수에 충성하지는 않을 것"(윤희웅 센터장)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야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표심은 이번 총선은 물론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서 갈수록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구 비중이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해가 갈수록 60대 이상 연령층으로 편입됨에 따라 '노령 베이비부머'들의 투표 행태는 내년 대선은 물론 당분간 펼쳐질 전국 단위 선거의 대형 변수가 될 전망이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에서 60세 이상의 비중은 2017년 25.1%로, 2012년(21.2%)보다 3.9%포인트 커진다. 내년 대선은 유권자 4명 중 1명이 고령층이라는 의미다. 21대 총선이 치러지는 2020년에는 28.2%로 더 커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