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철처장
장호철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병들지 않고 부상 없이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는 게 가능할까? 현재까지 의학기술로는 힘들 것 같다. 누구나 죽기 전 장애를 입을 수 있는 예비 장애인인 셈이다. 실제 등록 장애인 250만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43.3%를 차지하고 50세 이상은 무려 74%에 달한다. 따라서 장애인이 살며 부딪히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일인 것이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88.9%가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가 원인이며, 장애인 가구는 283만가구로 추정된다. 갑자기 중도장애를 당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에도 큰 시련이 닥친다. 심지어 이혼, 자살 등 극단적 선택으로 가족해체 위기로 치닫는다. 뿐만 아니라 만만치 않은 의료비 부담도 뒤따른다. 지난 1년간 장애인의 78.3%가 치료나 재활, 건강관리 목적으로 정기적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단 개인적 부담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공공의료비 지출을 키운다.

따라서 장애인과 가족의 건강한 삶을 위해 더 나아가 공공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장애인 스스로 자발적인 건강관리 노력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병원보다는 인근 공원이나 체육시설을 찾아 운동을 통해 재활 의지를 다지고 자신감을 찾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걸림돌이 많다. 집 근처 둘러봐도 접근이 가능한 체육시설을 찾기 힘들다. 설사 체육관이 있다 해도 근래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면 편의시설이 없거나 조잡하게 설치되어 이용이 어렵다. 장애인 교통편이 없어 멀리 공공체육시설은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2015년 장애인생활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2%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답하고 있으나 전문지도자의 지도를 받은 경험은 응답자의 20.2%에 머물고 있어 현장지도자 배치 확대에 목말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체육지도자 증원요청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예산배정 우선순위에 밀려 지도자 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2016년 530명(국정과제 목표인원) 배치계획이었지만 324명(경기도 48명)에 그쳤다. 일반 생활체육지도자의 8분의 1 수준이다.

학교 체육은 더 심각하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전국 6만2천여 명(경기도 1만2천여 명)의 장애학생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장애인체육 전담 지도교사가 없어 제대로 된 체육수업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졸업한다. 학계나 현장실무자들은 장애인의 체육 활동을 늘리려면 체육시설, 지도자,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지원하는 지역 거점별 One-Stop 생활체육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모범적인 사례는 있다. 시흥시는 국비 50억원을 지원받아 총사업비 240억원을 들여 연면적 7천500㎡ 규모의 어울림체육센터(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를 짓고 있다. 도내 장애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어울려 시설과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편의지원 시설과 공간계획을 배치했다. 장애인이 방문하면 체력측정부터 운동처방, 프로그램 참여안내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합리적인 체육 공간 활용으로 지역화합과 공동체의식 함양에 앞장서는 시흥시의 사례가 여타 시군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도내 공공체육시설과 학교, 장애인복지관, 주민자치센터 등에 장애인체육지도 인력배치가 절실하다. 현재 배치된 48명으로는 어림도 없다. 특히 장애학생들을 위한 학교순회 지도교사 배치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장애인체육은 치료이자 복지다. 말하자면 의료비 절감을 통한 장애인 가족과 도민을 위한 생산적 복지인 셈이다. 아울러 시군 구석구석 장애인체육활동 지도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창출해 따뜻하고 일자리가 넘치는 경기도를 만들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장호철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