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오란그룹 송도컨벤시아 환영행사2
송도컨벤시아 환영행사 중인 중국 아오란 그룹 관광객.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간베이!" 봄날의 치맥파티
월미도 문화의거리 치킨·맥주
아오란그룹 4500명=1500마리
'찰떡궁합' 맥주 225만㏄ 공수
바닷가 옆 '먹방 인증샷' 황홀

■한류 드라마 주인공처럼
별그대 촬영 송도석산 인기최고
인천대 '전지현 카페' 인산인해
모래내시장 매콤한 떡볶이 엄지
짧은 차이나타운 여정은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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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에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6천여 명이 한꺼번에 몰린 대형 관광 이벤트가 펼쳐졌다. 중국 광저우의 화장품·건강보조식품 판매회사인 아오란국제뷰티그룹 임직원들의 인센티브(포상) 관광 행사다. 항공편으로 한국을 방문한 단일 단체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들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6박 7일 일정 중 최소 4일을 인천에 머물렀다. 인천의 주요 관광지를 찾았고,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대형 컨벤션 시설인 송도컨벤시아에서 이틀 동안 기업회의를 열기도 했다.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은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관을 연출하며 전국적으로 숱한 화젯거리를 뿌렸다. 인천의 '아오란 효과'를 본 전국 지자체들은 대형 인센티브 관광 유치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나흘간 한바탕 인천을 휩쓸고 간 아오란그룹 단체 관광의 그 생생한 현장을 되돌아봤다.

아오란그룹 월미도 치맥파티3
송도컨벤시아에서 환영행사를 마치고 월미도 치맥파티 중인 중국 아오란 그룹 관광객.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4천500명의 치맥 파티, 월미도에선 무슨 일이?

지난달 28일 오후 5시 인천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는 중국 아오란그룹 관광객 4천500명이 꽉꽉 들어찼다. 인천 방문 일정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치맥(치킨과 맥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이 먹은 치킨은 무려 1천500마리.

인천에 본사를 둔 한 치킨 업체가 지역에 있는 체인점 50여 곳을 총동원해 온종일 닭고기를 튀겨냈다고 한다. 치킨과 찰떡궁합인 맥주는 무려 4천500캔(약 225만cc)을 공수했다. 치킨과 밥을 섞은 일명 '치밥'도 1천500마리나 준비됐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월미도에 설치된 550개의 8인용 탁자 위에 올려지는 치킨을 보자마자 군침을 삼켰다. 하지만 곧바로 치킨을 뜯지는 않았다. 이미 중국 내에서도 크게 유행하고 있는 한국식 치킨을 본토에서 맛봤다는 '인증샷'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치맥 파티장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서는 우리나라 인기 아이돌 그룹의 케이팝(K-POP)이 울려 퍼지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돋웠다.

"간베이! 간베이!" 건배 구호와 함께 파티가 시작되자, 중국인 관광객들은 닭 다리를 하나씩 뜯어 먹고 시원한 맥주의 맛을 음미했다.

중국 산둥성에서 온 천샤오리(29·여) 씨는 "한국 드라마에 나온 '치맥'은 이미 중국에서 먹어봤지만, 진짜 한국의 치킨과 맥주를 먹게 되니 정말 맛있다"며 "아름다운 바다 옆에서 먹으니 더욱 좋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치맥'이 유행하게 된 것은 중국인들이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 열광하면서부터다. 드라마 여주인공 천송이 역을 맡은 배우 전지현이 극 중에서 "눈 오는 날에는 치맥인데…"라고 말한 것이 명대사로 꼽히면서 중국인들이 한국의 '치맥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2014년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SNS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첫눈 온 날 치맥 드셨나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이날 파티장에서는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드라마 '별그대'를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의 월미도 치맥 파티는 전국적인 관심을 끌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국의 '치맥' 한류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기네스북에 올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례없는 대규모 치맥 파티였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마저도 "4천500명의 월미도 치맥 파티 광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 단체의 한국 유치를 확대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아오란그룹 인천 송도 석산 방문3
별그대 촬영지 송도석산을 방문한 중국 아오란 그룹 관광객.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드라마 주인공이 된 기분이네요."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은 인천에 머무는 동안 하루 일정으로 인천 주요 관광지를 둘러봤다. 한류를 주제로 한 '송도 석산~인천대학교~인천차이나타운~모래내 전통시장' 코스다.

20~30대 젊은 여성이 대부분인 관광객들의 주요 관심사는 드라마 '별그대' 촬영지로 유명한 인천 연수구 송도 석산과 인천대학교였다. 송도 석산 절벽은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구출하면서 사랑을 이루는 결정적인 장면이 촬영된 장소다. 남녀 주인공이 처음으로 만나는 인천대학교에서도 데이트 장면 등이 촬영됐다.

송도 석산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드라마 '별그대'에 나온 주요 소품인 비녀를 사서 철조망에 걸며 소원을 빌었다.

이미 수차례 본 드라마일테지만, 석산 곳곳을 돌며 드라마 내용을 소개하는 관광가이드의 설명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았다. 석산 한쪽에 설치된 낙서판은 관광객들이 자신이 왔다 갔다는 것을 남기는 글로 금세 새카매졌다.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도 한류 드라마의 흔적을 쫓아온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이 북적였다. 남녀 주인공 데이트 장소였던 일명 '전지현 카페'는 커피를 주문하려고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후링(23·여)씨는 "드라마 '별그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가 모두 인천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실제로 와보니 너무 흥분되고 감동 받아서 다음에 한국에 오면 꼭 다시 들르고 싶다"고 말했다.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모래내 전통시장에서는 떡볶이, 어묵, 순대 등 한류 음식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떡볶이를 손에 들고 시장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던 장쉰(20·여)씨는 "인터넷을 통해 맛있다는 소문만 접했지 실제로 떡볶이를 먹어본 건 처음"이라며 "조금 맵지만, 한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다"고 했다.

시장 통로를 가득 메운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은 모래내 시장이 한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각설이 타령을 하는 엿장수나 시장 상인회에서 마련한 떡메치기 체험 코너 주변에 사람이 몰렸다.

인천 관광 코스 가운데 인천차이나타운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관광객이 꽤 많았다.

일요일인 지난달 27일 차이나타운을 찾은 료우웅잉(35·여)씨는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관광버스 탑승 장소 인근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중국사람인데 차이나타운을 굳이 들를 이유가 있는지 의아했다"며 "앉아서 좀 쉬다가 다음 관광지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인천차이나타운에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많이 몰린다. 음식점마다 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하는데,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붐비는 데다 관광 시간까지 적어,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불만도 있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