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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7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열린 다산 정약용 선생 180주기 묘제에 처음 술잔을 올리는 초헌관으로 참석, 묘소로 이동하며 생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계를 은퇴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선거전 지원 문제가 7일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손 전 고문이 이날 더민주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두 야당이 온종일 그의 입을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다.

손 전 고문이 남양주 '정약용 선생 서세(逝世.별세의 높임말) 180주기 묘제'에 참석한 것과 맞물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앞다퉈 남양주 유세 일정을 잡은 것도 '손심(孫心·손학규 마음)잡기 경쟁'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민주는 오전만 해도 손 전 고문 지원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김 대표는 오전 일찍 손 전 고문과 통화해 선거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남양주 후보 공약발표회장에서는 평소 딱딱한 태도와 달리 "송구하다", "죄송하다"며 몸을 한껏 낮춘 표현까지 쓰면서 SOS를 쳤다.

여기에는 더민주가 손 전 고문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선거 지원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더민주는 손 전 고문이 호남보다는 수도권 지원에 부담을 덜 느낄 것이라고 보고 내부적으로 실무진이 수도권 유세 일정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손 전 고문이 오전 더민주 지원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김성수 대변인이 손 전 고문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상당히 긍정적인 목소리라고 들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더욱이 안철수 대표가 손 전 고문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을 방문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이 일정을 취소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모든 상황을 잘 모르니까 좀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대표와의 통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며 말을 아꼈다.

손 전 고문은 행사 뒤 지지자 등과 식사를 한 후 "원칙에 충실하겠다"고 말하고는 칩거중인 전남 강진으로 내려갔다.

현재 손 전 고문 주변에서는 특정정당 지원에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개인적 관계에서 특정 후보를 방문할 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두 야당 간 통합과 연대가 안된 상태에서 양쪽에서 잡아당기니 행동하기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더민주가 다급한 나머지 헛물만 켰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손 전 고문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표정이다.

당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오늘 오찬 자리에서 이번 총선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들었다"며 "더민주의 조급증은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최근까지도 손 전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간곡하게 도움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국민의당의 제지로 인해 선거 지원이 실현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품었다. 국민의당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인데 더민주가 또다시 남탓하고 있다며 신경전도 벌였다.

손 전 고문의 선거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관측도 있다. 손 전 고문이 선거지원에 나서면 총선 이후 예상되는 야권 재편 과정에 자연스럽게 몸을 실으면서 정계복귀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손 전 고문 측은 "손 전 고문이 정치를 떠났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김 대표에게 생각해보겠다고 한 만큼 그 수준에서 고민하지 않겠냐. 커튼콜이 완전히 끝난 상황은 아닌 것같다"고 여지를 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