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밥공연장
지난 6일 송도트라이볼에서 열린 비밥 공연. 객석을 10%도 채우지 못한 채 공연을 하고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신났던 기억에 다시찾은 관객
10%도 못채운 객석보고 '씁쓸'

외국관람객 작년대비 77%↓
'인천의 대표상품 무리' 지적

'서울 무료티켓' 분석 불구
시, 별다른 대책없이 '뒷짐'


인천시가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을 겨냥해 마련한 '외래관광객 상설공연'인 '비밥'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초라하다.

지난 6일 오후 8시 '비밥' 공연이 열린 송도트라이볼. 우주선을 닮은 외관에 TV CF에서 자주 보았던 멋진 공연장에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한 관객들은 이내 비어있는 객석을 보며 당황스러워했다.

이날 입장한 관객은 부모와 함께 온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포함해 18명. 전체 좌석 250석의 10%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비밥'의 상설공연장이었던 인천 중구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관람했다는 40대 직장인 허정연(인천 서구)씨는 이 모습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허씨는 "지난해 객석이 꽉 들어차 있었고 관객 호응도 아주 좋았던 기억에 다시 보고 싶어 직장 동료와 극장을 찾았는데 빈자리가 너무 많아 놀랐다"며 "직장 동료와 함께 왔는데, 오늘 공연도 지난해처럼 재밌을지 솔직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외래 관광객, 특히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련한 관광 상품이었지만 정작 관광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비밥'은 '외래관광객 상설공연장 운영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해 3년 차를 보내고 있다.

대사가 거의 없는 '넌 버벌(비언어)' 퍼포먼스인 비밥은 비보잉과 비트박스 등이 결합한 공연으로, 두 명의 요리사가 서로 요리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요리에 등장하는 메뉴로는 일본 '스시'와 이탈리아 '피자', 한국의 '비빔밥'·'짜장면'등이 소개된다.

이 공연운영비로 7억9천만원, 음향·조명시설 등 공연장 장비 보강 비용에 3억100만원 등 11억원 가량의 인천시 예산이 투입된다. 2014년과 2015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재원이 투입됐다.

이 사업은 '인천관광공사'가 인천시를 대신해 사업을 진행하고 한중우호교류협의회 인천지부가 대행단체로 기획사인 '페르소나'와 계약을 맺고 공연 운영 등을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 '비밥'이 인천을 대표하는 공연 관광상품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천과 가까운 서울 비밥전용관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상설공연이 열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인천의 가치나 정체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공연 상품에 시의 예산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서 인천의 비밥은 올해부터 '인천 짜장면'이란 메뉴를 추가했지만 이날 공연을 보더라도 인천을 부각시키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인천 짜장면'이라는 단어가 몇 차례 언급될 뿐이다.

송도신도시의 유일한 공공 공연장인 '송도트라이볼'을 특정 장르의 공연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을 배려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밥 공연이 월~목 오후 8시, 일요일 오후 5시 등 금·토요일을 제외하고 황금시간대에 열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민들이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접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이 사업에 지역의 예술인이 거의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무릅쓰면서도 사업을 진행했지만, 인천시는 정작 외국인 관광객 급감이라는 1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상설공연장에서 비밥을 관람한 외국인은 1천90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천361명에 비해 77%(6천456명) 감소했다. 공연 1회당 외국인 관광객이 30여명을 넘지 못하는 수치다.

인천시는 서울지역 대형 면세점에서 비밥과 유사한 공연 무료티켓을 제공하며 인천 비밥 공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원인을 찾았다.

그러나 시는 해외 관람객 급감의 이유를 서울지역 면세점의 무료 공연 티켓 남발로 분석하면서도 이에 따른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직은 비밥을 대체할 계획도 없고 대체할 만한 작품도 없다"며 "해외에서 인지도가 있고 흥행도 담보할 수 있는 작품이 나타난다면 그때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