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불편이유로 날림제작
청각장애인용 음성형 안내
스마트폰이용 조작 힘들어
"규정없어 제재못해" 지적
투표소 대부분이 지하·고층


4·13 총선을 앞두고 장애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보장하는 개선안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번 선거부터 의무화된 점자 공보물은 후보자의 공약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았고, 상당수 투표소는 지체 장애인 접근이 어려운 지하나 2~4층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시각장애 유권자를 위한 '점자형' 선거 공보물을 만들거나 기존 공보물에 음성 안내가 가능한 바코드를 넣어야 한다. 시각 장애인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조치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선거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점자 특성상 일반 글자보다 2~3배의 분량이 필요하지만, 점자형 공보물 전단 매수 제한은 일반 공보물과 같은 12쪽이다.

이에 따라 일반 공보물에 있는 주요 공약이나 후보자 약력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 점자 공보물 제작 업체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점자로 번역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성의 없이 '슬로건'만 반복해 적어놓고 있다. 점자형 공보물 내용에 관한 규정이 없다 보니 선관위도 제재하거나 지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음성형 공보물도 실효성이 없긴 마찬가지. 음성형 공보물은 공보물 상단에 있는 '보이스 코드'를 스마트폰이나 시각장애인용 음성 보조기에 정확히 접촉해야 한다. 1~2급 시각장애인은 카메라 초점을 맞출 수 없어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지 못하고 음성 보조물도 고가여서 현실과 맞지 않는 법 개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투표소 문제도 매번 선거 때마다 장애인 참정권을 저해하는 요소로 제기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한 인천지역 투표소 686곳 가운데 장애인이 혼자 투표하기 힘든 2~4층 또는 지하에 마련된 투표소는 70곳에 달한다. 특히 사전투표소는 151곳 중 절반이 넘는 94곳이 지하나 2~4층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동구 구월 2동 주민센터는 무려 4층에 있는 회의실을 투표소로 선정해 승강기가 혼잡하면 휠체어 등 보행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워진다. 사전투표소로 지정된 연수구 동춘 1동 주민센터는 투표장소가 3층 다목적실이지만,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아 장애인의 불편이 불가피하다.

시 선관위는 투표 전날까지 투표소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즉각 보완할 계획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장애인 투표 참여를 보장할 방안을 찾다 보니 비효율적인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장애인 유권자들도 헌법이 명시한 투표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