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이동 부지기수, 대청도 등 서해5도는 언감생심
이슈 제각각·선거비용도 부담… "다음번엔 고쳐져야"
"매일 '천 리 행군'을 한다고 보면 될 겁니다."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에 출마한 한 후보자의 말이다. 먼 바다에 둥둥 떠 있다시피 한 옹진군을 빼고도 하루에 강화군과 영종도, 중구·동구 등지를 찾으려면, 이동 거리만 100㎞ 정도 된다. 막히지 않을 때 차로만 2시간 30분을 이동해야 한다. 경로당만 300여 곳이 있는 강화군 내에서만 100㎞ 이상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종도와 중구·동구 등도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선 경기도를 거쳐 옹진군 영흥면도 가야 한다. 중구에서 60㎞ 거리다. 차에서만 한나절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그나마 차로 이동이 가능한 곳들이다.
선거구에 포함돼 있는 대청도와 백령도, 연평도 등은 기상 상황으로 배편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찾기가 어렵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도심지 선거구는 한나절이면 선거구 전체를 다닐 수 있지만, 여기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며 "주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본다"고 했다.
후보자가 부담해야 할 선거비용도 상당하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이 지역에만 42개 읍면동이 있는데 법적으로 허용된 선거운동원만 고용해도 총 1억원 정도 필요하고, 4개 지역별로 유세차를 돌리고 읍면동에 현수막 1장씩만 설치해도 1억원"이라며 "섬지역은 어쩔 수 없이 한 번에 300만원 가까이 드는 문자메시지로 운동을 해야 하고, 지역별 사무소와 연락소 4곳에 대한 임대료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이어 "다른 선거구에 비해 두 배 가까운 비용을 들여야 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법적으로 정해진 선거운동을 모두 하게 되면 선거비용 제한액(2억4천900만원)을 넘어서게 되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인천 중·동·강화·옹진 선거구의 전체 면적은 723.78㎢다. 서울시 면적(605.21㎢)보다 넓은 매머드 선거구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총선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탄생했다. 구도심과 신도심, 육지와 섬, 공항과 항만, 제조업과 농업, 어업, 물류업 등 지역 이슈도 제각각이다.
서해 5도와 NLL(서해 북방한계선) 등 안보 이슈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진 모든 이슈를 이 선거구가 담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이번 선거구획정에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선거구획정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 같다"며 "다음 선거 때 선거구획정 과정에선 반드시 고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