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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 포천시선거관리委 위원·포천문화원 이사
우리나라의 정치는 올바른 선거로 시작돼야 할 것이다. 정치(政治)의 政은 곧 바를 正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바로 잡는 것이다. 즉, 정자정야(政者正也)'라고 공자는 말한다. 정치의 政은 바를 正과 회초리로 내리친다는 부수인 등글월문이 합해졌다. 정치는 올바름을 위해 회초리로 내리치는 행위다. 국민들은 그런 추상같은 행위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늘 우리를 배반해 왔다. 서두가 좀 길었다. 현대적 정치 제도가 도입된 지 70여년이 돼가는 지금 이정표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한번 쯤은 정치의 참된 기준을 되새겨 보자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선거는 문화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잘못된 선거는 서로의 앙금과 적대관계로 사회에 적지 않은 부담과 기나긴 악순환으로 남게 된다. 이는 선거를 '문화 콘텐츠'로 풀어내는 문화적 역량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선거 문화, 과연 이대로 둬도 좋은가?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포천문화원 이사직을 겸하는 사람으로서 두 분야에서의 융합과 시너지를 한번 깊이 생각해 본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각자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 정치에 민감해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기도 하고 뿌리 깊은 지연, 학연, 혈연으로 얼룩진 선거 행태가 나타나는 현실에서는 문화로 푸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 강국이 세계를 주도하듯이 문화의 다양성과 그 가치관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기에 선거를 문화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선거판에서는 참과 거짓(眞僞)이나 올바름과 그릇됨(否定)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총선을 비롯, 우리나라의 선거 문화는 끈끈한 정과 관계를 중시하는 연고주의가 강하다 보니 먹고 마시는 것으로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고 친목회와 동호회, 동창회가 선거운동에 나서기 쉬운 환경이다. 우리 민족의 슬기로움을 문화와 접목, 유권자와 후보자와의 관계도 문화로 접근해 서로의 정책을 존중하며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표만 의식하는 정치 지도자,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자를 꼼꼼하게 걸러내 전통과 미래를 문화의 틀 속에서 융합시켜 하나의 '선거 문화'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제안해 본다.

체육, 음악, 문학, 사회로 접근하는 문화 선거를 만들자. 그리한다면 상대방을 배려하며 존중하는, 그리고 문화적 배경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바람직한 선거 문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선택해 한반도의 미래를 맡겨 볼 것인가? 이 위대한 도박에 문화가 그 책임을 다할 때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자부할 것이다. 음악회에 가려면 정장을 한다. 애인과 영화 감상을 가게 되면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관광을 떠나려면 몇 날 며칠을 준비한다. 동네 조기 축구 운동장에 갈 경우 누가 이길까 하는 예측만으로도 즐겁다. 누가 누구에게 패스해 골 망을 흔들까, 늘 기대감이 앞선다. 첫 키스 같은 설렘 속에 건전한 응원을 보내고 결과에 관계없이 즐기고 온다. 선거도 이와 같이 출발하자. 선거도 정장을 입은 신사의 행동처럼 페어 플레이로 출발하자. 그러려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무뢰배를 솎아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는 정마담의 치마속 같다'는 비아냥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도록 문화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선거에 임하자. 선거도 승패에 연연하지 말며 즐기는 문화로 만들자. 결국은 우리의 선택이기에 문화로 이해하자.

/최치선 포천시선거관리委 위원·포천문화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