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자 주말인 9일 선거일 전 미리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말 출근을 앞두고 주소지와 상관없는 사전투표장을 찾아 한 표를 행사하려는 회사원들은 이른 시각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서울 종로구청 별관 투표소에서 투표한 김모(76)씨는 "인근 건물 경비원인데 선거 당일에도 근무해야 해 상황이 어찌 될지 몰라 미리 투표하는 쪽이 속 편할 듯해 오늘 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투표장을 찾은 한 50대 공무원은 "선거 당일도, 오늘도 근무해야 한다"면서 "소중한 한 표를 버리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출근하는 길에 아내와 데이트도 할 겸 같이 나왔다"며 함께 투표하러 나선 부인의 손을 꼭 잡았다.
강남구 삼성2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도 주말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주민들의 투표 행렬이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사전투표가 처음이라 "이곳 주민이 아닌데 투표해도 되나"라고 묻는 이에게 담당 공무원들은 "다른 구, 지방, 제주도까지 다 된다"며 웃음 띤 얼굴로 안내했다.
유권자들은 별도로 신고하지 않고도 신분증만 들고 가면 사전투표할 수 있게 돼 편리하고, 투표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인 김모(61)씨는 "도봉구에 사는데 여기서 사전투표할 수 있어 신기하고 편하다"면서 "선거 당일 근무하게 되면 투표하기 어려웠는데 정말 잘 만든 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건물로 운동하러 다닌다는 역삼동 주민 이현기(67)씨는 "총선일마다 어느 시간대에 가야 줄을 덜 설까 고민하는데, 사전투표는 사람이 적어 금방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며 "선거 당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미리 할 수 있으니 투표율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동에 사는 우모(37·여)씨는 "주소지가 지방으로 돼 있어 선거일마다 지방에 내려가 표를 행사해야 했다"면서 "주민등록증을 내고 지문을 찍으니 주소지 선거구에 해당하는 투표지가 바로 나왔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동 주민 박모(22)씨는 "미리 투표할 수 있어서 정말 편하고, 특히 나 같은 대학생 등 젊은 유권자나 직장인 투표율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오늘 마음 편하게 투표하고 총선일에는 여자친구와 놀러 가겠다"고 말했다.
밤새 '불금'을 보내고도 아침부터 한 표를 던지러 온 '열혈' 유권자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31)씨는 "동료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잠깐 사우나에서 쉬다 왔다"면서 "오늘 투표를 하고 선거일에는 새벽부터 애인과 여행을 가려고 한다"며 씩 웃었다.
오후 들어서도 유권자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오전에는 주말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장년층이 다수였지만, 오후에는 광화문이나 인사동에 데이트하러 나온 연인 등 젊은 층이 겸사겸사 투표하러 오는 일이 많았다.
남자친구와 함께 투표한 대학생 장모(24·여)씨는 "애초 선거 당일에도 투표할 생각이었지만, 인사동에 놀러 오면서 호기심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투표소가 가까운 곳에 있어 왔다"며 "데이트도 하고 소중한 한 표도 던지고 1석2조"라고 말했다.
체포 또는 구속돼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이들도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인 채 경찰관과 동행해 한 표를 행사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주소지와 무관하게 아무 곳에서나 사전투표할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전투표 이틀 간 서울시내 경찰서에 수감된 피의자 5명이 투표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사전투표 동참 의사를 받고서 수갑과 포승을 한 상태로 투표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이에 동의하면 투표장으로 호송했다.
사전투표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3천511개 사전투표소에서 전용 단말기로 발급받은 투표용지를 이용해 곧바로 투표할 수 있다.
투표소 위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나 대표전화(☎1390)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