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면 꽃으로 온 천지를 화사하게 장식해주는 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전국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산벚나무, 왕벚나무, 올벚나무 등 16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해 관상용으로 개량해서 세계적으로는 40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종류가 다양한 벚나무는 모양새가 너무 비슷하고 변이가 심해 전문가들도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꽃피는 시기, 암술대와 꽃자루의 털의 유무, 꽃잎의 길이나 형태 등으로 구별하는데 그나마 꽃이 피었을 때가 가장 쉽게 구별이 된다. 울릉도 특산이라 할 수 있는 섬벚나무는 가장 먼저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연한 꽃을 피우고 올벚나무나 왕벚나무는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며, 산벚나무는 꽃이 피는 동시에 잎이 나오고 수양벚나무는 가지가 수양버들처럼 늘어진다.
왕벚나무는 화려한 꽃으로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일본의 국화라는 인식 때문에 일제의 잔재로 여겨져 외면을 받을 때도 있었다. 광복 이후 상당수가 잘려 나갔고, 1980년에는 창경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궁궐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제 강점기 때 심은 벚나무 2천여 그루를 베어버리기도 했다.
왕벚나무는 원산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간에 논쟁이 치열했으며 최근에는 중국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일본에서는 왕벚나무꽃을 동경도의 도화로 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을 상징하는 꽃으로서 일본문화의 전령사로 세계 각처에 보급하는데 열을 올려 왔다. 미국 워싱턴의 포토맥 강변에서 열리는 벚꽃축제는 20세기 초 일본이 3천여 그루의 왕벚나무를 기증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제주도 한라산이며 산벚나무와 올벚나무 사이의 자연교잡종이라는 것도 증명되었다. 원산지를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생지인데 자생 벚나무가 제주도에서 확인된 것만 200그루가 넘으며 벚꽃의 종주국임을 주장하는 일본은 아직도 자생지를 찾고 있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왕벚나무와 일본벚나무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것도 산림청이 일본과 한국 벚나무의 유전자 분석 결과와 미국 농림부가 일본과 한국의 벚나무시료 82개를 채취해 염기서열 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되었다. 벚나무는 활을 만드는 주요 재료중 하나이다. 병자호란을 겪고 왕위에 오른 효종은 북벌을 계획하면서 궁재로 쓰기 위해 북한산 우이동과 장충공원 근처에 벚나무를 심기도 했다. 산벚나무는 나뭇결이 균일하고 조직이 치밀한데다 잘 썩지도 않는 등 목재로서 우수해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목판 제작에도 사용되었다.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사랑받으면서 전국 곳곳에 가로수로 심어진 벚나무는 100만 그루가 넘으며,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도 여러 곳이다. 이맘때가 되면 들려오는 '벚꽃엔딩'의 감미로운 멜로디와 함께 아름드리 벚나무 아래서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 속을 걸으며 봄을 만끽해 보자.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서울인천경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