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001000684200038702

딸아, 아들아
더 이상은 죽음을 꿈꾸지 말자
더 이상은 어둠 산에 이끌리지 말자
너희는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
먼저 떠난 친구들이 너희를 믿으니
아들아, 딸아
저주를 이기고 살아남은 아이들아
더 이상은 어둠 신을 기쁘게 하지 말자
살아남은 이들끼리 끌어안고 살자

방민호(1965~)

2016041001000684200038701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여행에서 돌아온 '딸과 아들'의 눈빛에서 죽음을 목격한다. 그 눈에 '친구들'의 주검을 건너온 슬픔이 있다. 죽음의 순간까지 서로 마주하며 살수 있다는, 지나간 희망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소망을 뒤로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희구다. 이제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은 죽음을 꿈꾸지 말고, 어둠 산에 이끌리지 말자"라는, 청유적 다짐은 "먼저 떠난 친구들"을 위한 눈물겨운 약속이니. 유의미하게 살아감은, 절망이라는 "저주를 이기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희망에게 묻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망각의 자리'에서 "살아남은 이들끼리 끌어안고" 다시 망자를 호명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