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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잇단 '금융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17일 미국의 금리인상 단행이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개포 주공단지를 비롯해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매도 호가가 지난달에 비해 수천만원씩 하락했지만 매수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2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여파로 재건축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소형 36㎡가 최근 한달 새 1억원이 오르며 현 시세가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고 43㎡도 최고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개포 주공1단지에서 가장 작은 주택형인 36㎡ 시세는 현재 7억6천만∼7억7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상 역대 최고가로 기록된 2009년 9월의 7억5천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 주택형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6억5천만∼6억6천만원 선이었는데 불과 한달 만에 1억원이 급등했다.

또 이 아파트 42∼43㎡는 현재 호가가 8억5천만원 선으로 역대 최고가인 2009년 8월의 8억6천500만원에 육박했다.

이 주택형도 한달 전 시세가 7억5천만∼7억6천만원이었는데 현재 1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소형의 몸값이 높은 것은 중대형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큰 주택형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진데다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중대형보다 높게 책정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달 청약한 개포 주공2단지 '래미안 블레스티지' 81㎡(전용 60㎡)의 일반분양가가 최고 10억원을 넘었고, 68㎡(전용 50㎡)는 3.3㎡당 가장 높은 4천385만원에 책정되면서 중소형에 입주할 수 있는 재건축 주택형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10억원이 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81㎡A형의 경우 전 주택형을 통틀어 67.64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개포 주공2단지의 일반분양분 81㎡가 10억원에 분양됐는데 개포 주공1단지의 경우 83㎡ 입주가 가능한 36㎡의 예상 추가부담금이 6천600만원으로 현재 매매가를 합해도 구입비용이 8억2천만∼8억3천만원 선에 불과하다"며 "개포를 포함해 대부분의 재건축 사업이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추가부담금이 예상보다 늘었지만 일단 현재 기준으로는 수익이 나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께 일반분양에 들어갈 개포 주공3단지도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THE H)를 처음 적용키로 하면서 역대 최고 분양가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인근 재건축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개포 주공3단지의 경우 공사비도 2단지보다 높기 때문에 분양 시점에 주택경기가 꺾이지 않는다면 3.3㎡당 평균 분양가가 4천500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포지구의 고분양가는 이곳보다 사업 속도가 빠른 서초구 반포일대에서 촉발된 것인데 현재 송파구 잠실과 강동구 둔촌일대의 재건축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개포발(發)' 고분양가 효과에다 이달 12일 대의원회의, 다음달 7일 조합원 총회 등의 자체 호재까지 겹치면서 최근 한달 새 4천만∼5천만원이 상승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 112㎡의 경우 한달 전 11억7천만∼11억8천만원 선이었으나 5천만∼6천만원가량 오른 최고 12억3천만원까지 거래됐다.

119㎡도 지난달 13억원에서 현재 13억3천만∼13억5천만원으로 최고 5천만원 상승했다.

거래량도 증가해 지난 2월 6건, 3월에 25건이 각각 팔렸으나 4월 들어서는 일주일 만에 14건으로 늘어났다.

잠실박사 박준공인 대표는 "잠실 5단지도 개포 못지 않게 일반분양가가 3.3㎡당 4천만원에서 4천200만원에 책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추가부담금 문제로 가격이 급락했던 강동구 둔촌 주공단지도 개포발 훈풍이 미치고 있다.

둔촌 주공1단지 83㎡는 한달 전에 비해 약 3천만원 오른 8억6천500만원까지 거래됐다.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개포 분양 이후 매도자는 가격을 올리고 매수자들이 간을 보다가 결국 구입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개포지구를 사러 갔다가 가격이 비싸 이쪽으로 넘어오는 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일반분양을 앞둔 과천 주공7-2단지와 연말께 분양예정인 과천 주공1단지도 분양가를 3.3㎡당 2천500만∼2천600만원, 최고 3천만원에 책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시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건축 강세가 일반 아파트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재건축 아파트가 0.54% 오르면서 연중 주간 상승률로는 가장 높은 0.10% 상승했다.

그러나 일반 아파트값 변동률은 0.03%로 그 전주와 동일했던 것을 감안하면 재건축 단지가 시세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에는 투자수요가 늘었지만 일반아파트는 시세도, 거래도 잠잠하다"며 "특별한 호재가 있는 재건축 단지만 움직일 뿐 일반 아파트에까지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리 인하 등의 변수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움츠러들었던 주택시장이 재건축 호재가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거래량, 가격 등 여러 지표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재건축 호재가 일반아파트로 확산할 지는 금리·전세시장, 미분양 증가여부 등 여러 변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