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건 미세먼지와 뭐가 달라
국회의원 싫다고 투표 안하면
한국정치 절대 변하지 않아
우리가 움직여야 해, 혹시 알아?
최소한 밥값정도 하는날 올지
내가 견딜 수 없는 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중국의 대기오염을 무방비로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무력함이야. 그래서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이 오히려 뉴스거리가 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거, 그게 화가 나. 미세먼지속에 핀 맥없는 벚꽃을 봐. 꽃놀이 한다고 미세먼지와 뒤엉킨 우리 국민들의 모습을 봐. 이걸 축복 받은 봄이라 할 수 있겠니. 전에 봄은 얼마나 근사하게 우리 곁에 다가 왔는지 너는 알지.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구름 너울쓰고/진주이슬 신으셨네/' 라는 노래도 있을 정도잖아. 그런데 이제 우리의 봄은 황사와 미세먼지를 타고 오지. 괜한 얘기가 아니야. 이제 벚꽃을 '푸른 봄 하늘에 내리는 흰 눈'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워. 지금 예닐곱살 어린애들에게 봄이 팔랑거리는 나비의 등을 타고 온다고 하면 믿겠니. 본 적이 없는데, 태어나서 본거라고는 황사와 눈만 아프게 하는 미세먼지로 인한 누런 하늘 뿐인데. 걔들이 뭘 알겠어. 나비를 본 적이나 있을까.
그런데 내가 미세먼지보다 더 슬프고 화나는게 뭔지 아니.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무감각해 졌다는 거야. 마치 우리가 무능한 정치에 무감각해진 것처럼 말이야. 기억나니. 처음 미세먼지가 들이 닥쳤을때 너도 나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 마스크를 찾는 통에 모두 동이 났던 것 말이야. 근데 지금 이게 뭐야. 이 미세먼지 속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 미세먼지가 만성이 됐으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우리는 늘 그 때뿐이야. 우리의 무관심이 미세먼지를 더 키웠어. 좀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후회가 막심해. 하긴 우리의 무관심이 우리 정치를 한심하게 만든거랑 다를 바가 없지. 우리가 정치인들을 좀 더 견제했다면 한국정치가 이렇게 무기력하지 않았겠지. 지금 정치인들 하는 거 좀 봐. 미세먼지랑 뭐가 다르니. 우릴 답답하게 만드는 건 똑 같아.
아무튼 미세먼지로 고민하는 사이 20대 총선이 내일로 성큼 다가왔어. 세월 참 빠르지 않니. 식물국회가 벌써 4년이 됐다니 말이야. 너 혹시 아니. 300명 전원을 교체하라는 국민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무려 60%가 이번에 재공천을 받아 출마한대. 이게 말이 되니. 나는 말이야. 우리가 혐오스런 정치권에 대해 할 수 있는 저항의 수단이란 것이 고작 '기권' 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슬퍼. 미세먼지에 대항하는게 달랑 마스크 한장이라는 거와 뭐가 다르니. 나는 정치인들이 우리 행복을 뺏어간, 미세먼지 같다고 생각해. 우리의 봄을 모두 앗아간 미세먼지 처럼 말이야. 20대 국회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거야. '공천파동'에서도 살아 남아 금배지 달았다고 더 우쭐댈지도 몰라. 국민을 더 우습게 볼지도 몰라. 그 꼴을 생각하면 투표고 뭐고 때려치고 싶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해. 그 광고문구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미세먼지가 싫다고 그저 쳐다보고만 있을 수 없듯이, 국회의원 싫다고 투표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절대 변하지 않을거야. 변하게 하려면 우리가 움직여야 해. 혹시 알어.우리가 민주시민으로 권리를 하나하나 행사하다보면 언젠가 국회의원들도 제 정신을 차리고 국가를 위해 최소한 밥 값 정도는 하는 날이 올지 말이야. 너무 말이 길었네. 나, 이제 알바 하러 갈래. 먼저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를 뚫고 가야해. 뿌연 하늘을 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려고 하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