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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교사들이

초·중·고교의 현직 교사 131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제작한 '4·16 교과서'로 세월호 2주기 계기수업을 하겠다고 나서 이를 불허하는 교육부와 충돌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전국 부교육감 회의를 소집해 전교조 도서를 활용해 세월호 계기교육을 하는 교사에 대한 징계 방침을 재차 확인하는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계기수업 선언참가 현장교사'라고 밝힌 전국 15개 시·도 교사들은 11일 성명을 내고 전교조의 4·16 교과서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돌아보는 계기수업을 소속 학교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현직 교사 131명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교육부의 금지조치와 징계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아이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세월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4·16 교과서'를 활용한 계기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소속 학교와 실명을 공개했고, "학교에서 아이들과 나누는 작은 실천이 세월호 진상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기(契機)수업은 교육과정에 나와 있지 않은 특정 주제를 가르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교육을 말한다. 사회·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이슈나 사건이 있을 때 이를 '계기'로 해 실시하는 수업으로, 내용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앞서 전교조는 자체 제작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를 전국의 학교에 신청 교사를 중심으로 배포, 세월호 2주기 계기수업에 교사들이 참고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에 교육부는 이 도서의 개발 취지와 구성 등이 "정치적 수단의 성격이 있고 대부분 교육의 중립성 면에서 부적합하다"면서 두 차례에 걸쳐 사용 금지를 지시했다.

그러나 경기·강원·전북·서울 등 다수의 시·도 교육청들은 "세월호 계기수업은 학교 자율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교육부 방침과는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특히 강원과 전북교육청은 전교조의 세월호 도서를 쓰지 말라는 교육부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하지 않아 교육부가 직접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11일 오후에도 서울 중앙우체국 21층 스카이홀에서 이영 차관 주재로 전국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재차 계기교육 불허 및 강행시 징계 방침을 밝혔다.

이 차관은 회의에서 "교육청에서는 헌법적 가치인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지침 정비와 편향교육 예방에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일부 학교에서 부적절한 동영상이나 수업 자료를 활용해 편향적 교육을 함으로써 혼란과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관련 교원이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면서 "위법 사례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