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 싫은 국회의원 후보 얼굴뿐 아니라 귀를 막고 싶은 게 선거 용어였지만 오늘로 끝이다. 도대체 '초박빙'이 무슨 뜻인가. 이번 국회의원 후보 729명에게 '무슨 뜻인지 한자로 써 보라' 하면 몇 명이나 쓸 수 있을까. '박빙(薄氷)'은 살얼음이다. 이 말의 어원은 시경 소아(小雅)편이고 '소민(小旻)'이라는 시 마지막 절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전전긍긍이 마치 깊은 연못가에 서는 것 같고 살얼음을 밟는 것 같다)'의 끄트머리다. 빠지면 죽는, 위험한 지경을 뜻하는 말이 薄氷이다. 그러므로 선거에서 '박빙' 어쩌고 하면 익사(溺死)처럼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런가? '초박빙(超薄氷)'은 또 뭔가. 그건 '매우 위험'이 아니라 위험을 극복했다는 뜻이고 '초접전'도 싸움을 모면, 벗어난다는 뜻이다. 일본에선 '근소한 차로 리드를 지키다(킨쇼노 사데 리드오 마모리쓰즈케루)'는 뜻으로 '박빙의 리드'라는 말을 쓰긴 하지만 초박빙, 초접전이 아니라 근소한 차, 심한 경합 경쟁, 예측불허, 백중지세, 난형난제다.
'오차 범위'는 또 뭔가. 차이와 에러의 범위라니? 이 또한 근소한 차가 적절한 용어다. 대결이면 대결이지 맞대결, 정면대결은 또 무슨 소린가. 옆댕이 대결이나 꽁무니 대결도 있다는 건가. '맞붙었다'는 말도 성별 등 가려 쓰는 게 좋다. '간발의 차'와 '진검승부'는 또 순 일본말이다. 머리카락 하나 차이가 '간발의 차'지만 일본에선 '間一髮(칸잇빠쓰)'이니 '間一髮의 差'라는 말을 많이 쓰고 진검승부도 목검(木劒)이 아닌 진짜 칼로 겨루는 승부가 '신켄쇼부(眞劍勝負)'다. 교양인이라면 이런 말들은 피한다. 4천만원짜리 손목시계를 찼다는 모 정당 대표는 또 자기네 당엔 대통령 감이 기라성 같이 많다며 일일이 주워섬겼지만 '기라성(綺羅星)'도 '끼라끼라 호시(반짝이는 별)' '끼라보시(〃)'라는 말에 한자를 덮어씌운 단어다.
드디어 오늘 밤이면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떠오르겠지만 민생을 외면하고 나라에 해만 끼친다는 '國害의원' 소리는 더 이상 안 듣는 게 좋고 변질돼 국물처럼 된 회가 '국회'라는 비아냥도 그만 듣는 게 어떨까. 반드시 단행해야 하는 게 국회개혁이고 무엇보다 급한 지상과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