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는 전적으로 국민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니었던가.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이기는 것쯤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듯 말이다.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정치권이 국민을 구경꾼 취급하는 일은 더 심해졌다. 무시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우롱'에 가까웠다. 선거의 시작점이었던 공천 과정부터 치졸하다 못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연일 눈 앞에서 벌어졌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코미디에 가까운 일들을 반복했다.
기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가 찰 노릇이었다. 국민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푸념조차 하기 싫을만큼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와중에도, 정치인들은 오로지 '승리'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를 이어갔다. 그들이 외치는 '민심(民心)'은 가슴이 아닌 입에서만 맴도는 헛구호에 불과했으며 '○○선 개통', '○○ 유치' 등의 번지르르한 공약만 있을 뿐 지역 현안을 꿰뚫는 '사이다'같은 공약은 없었다.
정책이 부실하니 결국 상대를 헐뜯는 작전으로 일관,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네거티브전'을 벌이기에 급급했다. 한바탕 축제 현장일 것으로 기대했던 선거판은 사실상 진흙탕이었다.
요즘 시대를 '팔꿈치 사회'라고도 한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는 반칙도 무릅쓴다는 씁쓸한 의미다. 선거판이 딱 그렇다. 4월 13일 당선 결과 여부에만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뿐이다.
당선자를 많이 배출한 정당은 '승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채 다시 내부 주도권 다툼에 골몰할 것이 자명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승리란 말인가.
선거가 단순 승부로만 비쳐지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 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자들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해서 4년 뒤 진정한 승자로 평가받길 바란다. 4년 뒤 졸업을 위해 열심히 대학 생활에 매진하는 새내기의 자세로 말이다.
/황성규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