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낮 토지사용을 둘러싸고 땅 주인과 건축주, 세입자간 분쟁이 벌어진 화성시 태안읍 반월리 현대아파트 4단지 인근 상가건물들 앞에 어른 허리높이의 콘크리트 담장이 흉물스럽게 세워져있다. (점선내 부분이 개인토지) /한영호·hanyh@kyeongin.com
건축주와 세입자들이 남의 땅을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땅 주인이 하루 수백명이 이용하는 상가건물 앞을 9개월째 콘크리트 담장으로 막아버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 세입자들이 졸지에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놓였다.

15일 오후 2시께 화성시 태안읍 반월리 신영통 현대아파트 4단지 인근 2개 상가.

2년전 이들 상가에 입주한 대형 할인마트를 비롯, 이발소, 학원, 식당 등 10여개 업소는 손님마저 한적한 썰렁한 모습으로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와 다름 없었다.

상가 앞 150여평의 땅을 소유한 토지주가 지난해 11월 이곳에 폭 30㎝, 길이 50m의 콘크리트 담장을 어른 허리높이인 1.2m까지 세웠기 때문이다.
토지주는 상가주인이 자신의 땅에 불법으로 가설건축물을 세우고 입주 상인들이 물품을 쌓아놓았다는 이유로 담장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가건물과 콘크리트 담장간의 거리는 불과 1m도 안돼 사실상 손님들의 출입이 불가능하고, 상가 주인이나 직원들도 벽돌을 쌓아 만든 계단을 통해 자신의 가게로 드나들고 있다. 또 상가앞에는 담장 공사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폐기물이 방치돼 있고 잡초까지 무성해 마치 흉물스러운 폐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치킨가게 한곳은 이미 4개월전 문을 닫는 등 모든 가게들이 제대로 된 장사는 고사하고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태다.

지난 2002년 10월 100여평 규모의 H마트에 입주한 이모(여·52)씨 역시 부푼 기대를 안고 가게를 열었지만 1년도 안된 이듬해 9월 난데없이 불법건축물과 노상적치물들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보도블록까지 깔려 있어 엄연히 시유지인줄 알았던 가게 앞 땅이 확인해보니 모두 개인소유의 땅으로, 이쪽으로는 출입구마저 낼 수 없는 곳이었다.

이씨와 다른 상가 세입자들은 건축주를 상대로 '사기임대'라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형사고발까지 했지만 건축주는 땅 문제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오히려 세입자들이 가게를 팔지 못하도록 점유이전금지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이 과정에서 땅 주인은 건축주 등을 상대로 10억원대가 넘는 고가에 자신의 땅을 매입할 것을 요구하다가 이뤄지지 않자 결국 지난해 11월 10일 새벽 2시께 기습적으로 레미콘차와 견인차, 인부들을 동원해 담장을 설치, 현재에 이르고 있다.

H마트 이씨는 “그저 잘해보겠다는 소박한 기대를 갖고 2년전에 가게를 인수했는데 이제는 절망밖에 남은 것이 없다”며 “건물주와 토지주 모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행정·사법기관에서 조차 이런 사정을 외면하는듯 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