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등학교 기억교실(세월호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은 2년전 4월16일 이후 시간이 멈춰 버렸다. 수많은 이들의 기억과 상념이 쌓인 기억교실은 유가족들과 정부, 경기도교육청,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 간의 갈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단원고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10개와 2학년 교무실 1개를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신입생을 받았지만, 당시 3학년이 된 학생 수가 적어 교실이 부족하진 않았다.

문제는 올해부터였다. 신입생 300여 명이 배정되면서 12개 반을 편성하게 돼 교실 8개가 부족해진 것이다. 당초 이재정 교육감이 약속했던 교실 존치 시점은 지난 1월이었지만, 명예 3학년 학생의 졸업식까지 미뤄졌었다.

이후 재학생 학부모들과 기억교실을 그대로 둔 채 건물을 증축하길 원했던 유가족들 간 의견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계기로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유가족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장의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신입생들을 되돌려 보내는 마찰까지 빚기도 했다. 유가족들이 2차 오리엔테이션도 저지하겠다고 선언하자 신입생과 재학생 학부모들은 술렁거렸고, 입학식 전까지 교실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학교를 폐쇄하겠다며 맞대응하기까지 했다.

교실문제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는 단원고와 도교육청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교실을 그대로 둬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요청도,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재학생 학부모들의 반대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단원고는 부족한 교실을 확보하기 위해 음악실을 비롯 특별교실을 임시교실로 개조했다.

또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중재 카드를 꺼냈다. 종교계의 중재로 재학생 학부모와 유가족, 단원고 등이 참여한 '교실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회'가 구성됐고 대화가 시작됐다.

한때 협의회는 2주기를 기해 교실을 정상화하겠다는 잠정 합의를 이끌어 냈으나 유가족 측이 세월호 선체 인양, 추모공원 부지 미확정 등을 이유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대화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재학생 학부모들은 오는 25일부터 직접 교실을 정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이후 일부 교실에서는 희생 학생들의 물건이 정리된 자리들이 군데군데 생겨나고 있다. 일부 유가족들이 아이들의 자리를 정리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가운데 단원고와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교실 존치 문제가 포함된 '416 교육사업 협약식'을 갖는다. 더 이상의 협의회 개최 계획은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환기·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