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의 4·13 총선 성적표가 엇갈렸다.

세 사람은 모두 야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 주자, 이른바 '잠룡'으로 분류되지만 손 전 고문은 정계를 은퇴한 상황이어서, 박 시장과 안 지사는 각각 현역 광역단체장이라는 신분적 제약 탓에 이번에 직접 선거전에 뛰어들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측근들이 대거 총선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이들의 성적표는 향후 세 잠룡의 정치적 위상이나 영향력을 가늠해볼 간접 수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손 전 고문의 경우 약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흡족한 성과를 얻었다.

손 전 고문은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격려 메시지를 보내거나 최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유세현장에 보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지원 의사를 전달하며 측면에서 선거전을 도왔다.

손 전 고문이 송 이사장을 통해 지원한 후보 중 당선된 인사는 더민주 양승조 조정식 우원식 이찬열 김민기 유은혜 이개호 전현희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박찬대 어기구 임종성 후보와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 등 16명에 달한다. 19대 때보다 손학규계 현역의원이 더 늘어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고배를 마신 이는 국민의당 소속 최원식 김종희 임정엽 후보 등 3명에 불과했다.

손 전 고문 측은 인간적 관계를 고려해 지원한 것이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자신의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끊임없이 나온다.

손 전 고문 측은 "앞으로도 강진에 조용히 계실 것으로 본다"면서 "총선 후 여야 모두 정치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겠지만 직접 개입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정치라는 것은 흐르는 것 아니냐"며 "당장은 아니지만 손 전 고문을 필요로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정치재개의 여지를 뒀다.

반면 박 시장과 안 지사는 당초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의미에서 대권가도의 최소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 측에서는 10여명이 '박원순 키드'를 자처하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본선에는 겨우 3명이 진출했다.

이 중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동민 후보가 서울 성북을에서 당선되고 권미혁 당 뉴파티위원장이 비례대표 배지를 달았다.

안 지사 측에서는 충남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김종민 후보와 비서실장 출신인 조승래 후보가 각각 충남과 대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안 지사 선거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박완주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반면 박수현 나소열 후보는 패배했고, '범안희정계'로 분류되는 조한기 강희권 후보 역시 석패했다.

다만 더민주가 충남에서 19대 총선 때보다 2석 늘어난 5석을 차지한 것은 '안희정 파워'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