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동안 제자리 지키는 등대
세월호 참사 2주년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 앞에 추모 물품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전국에서 열렸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집중된 경기 안산시와 인천광역시, 침몰 사고와 수습 활동이 이뤄졌던 전남 진도군에서는 이날 희생자들을 향한 눈물처럼 내리는 빗속에서 각각 세월호 2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에서는 이날 오전 4·16가족협의회 주최로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추모하는 '기억식'이 열렸다.

기억식에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제종길 안산시장,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4·13 총선 수도권 당선인 등 정치인부터 지역 주민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에서 2천5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오전 10시 정각 안산 전역에 울려 퍼진 추모 사이렌에 맞춰 묵념하며 2년 전 참사의 그날을 기억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다시 봄이 왔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2014년)4월 16일"이라며 "사람들은 아직도 세월호냐고 말하지만,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밝혀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희생된 304명은 5천만 국민의 생명과도 같다. 참사를 밑거름 삼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남 지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희생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 교육감은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희생된 학생들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행사는 세월호 사고 발생부터 2주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기억영상' 상영, 안산시립합창단 및 416가족합창단의 합창, 성우 김상현의 기억시 낭송, 가수 조관우의 '풍등' 공연, 공동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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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년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길을 한 추모객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기억식이 끝난 뒤 유가족과 시민들은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그리며 분향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기억식과 분향을 마친 후 오후 2시부터 정부합동분향소를 출발해 단원고 등을 거쳐 돌아오는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이후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돌아와 희생자 추모 문화제 '봄을 열다'를 개최한다. 오후 7시부터는 단원고 정문에서 '촛불잇기' 행사를 하는 등 안산에서 밤까지 추모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단원고는 이날 학생 400여명의 자발적 참여로 비공개 추모제를 열어 존치교실을 순회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진도 팽목항에서는 전남도와 진도군 주최로 4·16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 등 정치인과 추모객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팽목항 임시분향소를 참배한 뒤 함께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희생자 추모 및 세월호 선체 인양을 통한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했다.

단원고 학생 미수습자인 조은하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2년 전 이 시간에 우리 딸이 엄마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을 것"이라며 "내년 이맘 때는 온전하게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미수습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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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추모사에서 "정부는 세월호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인양해 아홉분 모두 온전히 돌아올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양안전 제도와 형태와 의식을 혁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천주교·기독교 단체들이 팽목항을 찾아 추모 미사와 예배를 올렸다. 밤에는 불교단체에서 풍등을 날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할 예정이다.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경기에서는 휘슬이 울린 직후 양팀 서포터스들이 미수습자들을 기리며 9분간 응원을 멈추고 추모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경기 전 양팀 선수와 관중이 함께 묵념한 뒤 경기를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하다 스러진 '의인'들의 묘소를 향하는 추모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에 마련된 고(故) 남윤철 교사의 묘소에는 가족과 제자, 친구 등 30여명이 모여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구하다가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정부가 2년 전 세월호 참사의 후속 조처로 이날을 '국민안전의 날'로 제정함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별관 대강당에서는 제2회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 다짐대회'가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 중에서는 일반인 사망자 유족 5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던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대회사에서 "2년 전 세월호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세월호 사고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별도 추모 순서 없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순서에 세월호 사망·미수습자를 함께 추모했으며 안전관리헌장 낭독, 안전다짐 퍼포먼스 등을 거쳐 약 15분 만에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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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전국 대학생 대회에서 참가 학생들이 단원고 2학년1반 고 박성빈양의 언니 가을씨의 발언을 듣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대형 문화제가 열린다.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를 연다.

문화제에서는 이소선 합창단, 송경동 시인, 유로기아와 친구들, 우리나라 등의 무대가 펼쳐진다.

'세월호 변호사'이자 이번 국회의원 선거 때 은평갑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당선자 등도 무대에 올라 발언한다.

주최 측은 이날 4천500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문화제에 앞서 오후 2시부터는 같은 자리에서 권나무·배영경 등이 노래한다. 문학평론가 이도흠·시인 임성용 등이 글을 낭송하는 '세월호 버스킹'도 열린다.

이어 '416프로젝트-망각과 기억'이라는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세월호 참사 2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도 이날 오후 3시부터 마로니에공원에서 전국 대학생 대회를 연다. 
대회에서는 학생들과 유가족이 발언하고, 풍물·노래·율동 등의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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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년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임시 분향소에 '잊지 않을게'라고 적힌 문구 뒤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산에서는 화랑유원지에 정부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오전부터 운영된다. 오후에는 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지역대회나 문화제를 마친 이들은 저녁에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기억·약속·행동 문화제에 합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