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농기구 등 고철 재료로 동물·곤충작품 재탄생
"하늘 아래 귀하지 않은 것 없다" 환자 위한 전시 의미
버려진 쓰레기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정크아트 예술가 이철훈(56)의 첫 개인전이 가천대길병원 지하 1층 가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진다. 버려진 농기구와 각종 연장, 자전거 체인, 녹슨 철근 등 고철 재료를 강아지, 닭, 물새, 곤충 등 친숙한 모습으로 다시 만든 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이철훈 작가는 "몸이 아픈 환자들을 위해 만든 병원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갖게 된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쓰레기를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하늘 아래 있는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전시 소감을 밝혔다.
이 작가의 작업은 버려진 재료를 활용하는 작업이지만 모든 쓰레기를 재료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예술 작품은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그는 고철 재료를 고집한다. 그는 제도권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 대학에 다닐 형편도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는 격투기 선수로,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사업가로 살았다. 그러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속에서 큰 빚을 지고 사업을 접었다. 그가 작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경기도 양평에 고미술 경매장을 연 것이 계기가 됐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반 친구들의 그림을 도맡아(?) 그려줬을 정도로 그림을 좋아했다는 그가 예술 작품을 팔아 돈을 벌기로 한 것이다. 그때부터 다양한 골동품, 민속품, 예술 작품과 꾸준히 접했고 예술가, 대학교수, 전문가 등과 친분도 쌓게 됐다.
그는 경매일을 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작업을 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정크아트' 작가를 만나며 이거다 싶어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벌써 서울의 갤러리나 대기업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컬렉터'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며 인기가 좋다.
미술 제도권과 거리가 있는 탓에 그는 어려운 미술이론이나 미술역사, 표현 기법 등은 많이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품 철학은 분명하다. 예술 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
"불과 수십년 전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될 생산수단이었던 농기구들, 연장이 고철로 버려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제 작품이 아니면 용광로에서 사라질 운명을 맞을 물건들이죠. 오랜 시간을 버티며 지금의 시대를 보여주는 작품 활동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습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