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동탄신도시개발로 지난 2002년 5억원의 토지보상비를 받은 김모(60)씨는 일주일에 한 두번은 동탄과 접해 있는 청계리를 찾는다. 더 이상 농사일은 하지 않고 보상금으로 수원에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해 생활하고 있는 김씨는 이처럼 가끔 고향 동네를 찾는 것이 유일한 소일거리다.
지난 14일에도 청계리를 찾아 400년 된 느티나무 보호수 아래서 동네 친구 3명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해 본 일이라곤 농사일 밖에 없는데 뭘하겠어, 이렇게 고향을 찾아 아는 얼굴들과 술 한 잔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지”라는 김씨는 술기운이 오르자 “꼴난 돈 몇푼 쥐어 주고는 고향땅에서 내쫓아…”라며 참았던 분노를 쏟아냈다.
평당 2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을 뿐인데 현재 청계리 땅값이 150만~200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김씨를 더욱 화나게 했다.
1천평의 땅이 수용돼 받은 1억6천만원의 보상금으로 용인시 기흥읍 신갈리에서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정모(43)씨도 “동탄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민다”고 말한다. 보상받은지 2년여가 다 돼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직업이 없는 정씨는 막노동판을 전전해가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경제사정도 좋지 않아 요즘은 일감도 많지 않다.
정씨는 “땅 1천평이 있으면 농사라도 지어 그럭저럭 살 수 있지만 1억6천만원으로 도회지에서 뭘 할수 있겠냐”며 “고향에서 내쫓겨 이처럼 힘겹게 살아가는 내 모습이 너무나 화가 난다”고 말했다.
택지개발로 보상금을 받고 고향을 떠나 도시생활을 시작한 농민중 상당수가 타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시 영세민으로 전락하는 등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경기도의 높은 땅값 때문에 적은 보상금으로는 농지를 살 수 없어 도시생활을 시작한 이들 농민들은 고향 주변을 맴도는 등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경원대 도시행정학부 송태수 교수는 “많은 액수의 토지보상을 받아 생활이 보장된 농민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도시생활을 시작한 농민들은 단순 반복적인 1차산업에 종사해 전문적이고 복잡한 도시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도시생활에 뛰어든 농민들에 대한 재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성대 도시건축공학부 이재준 교수도 “문제는 1억~2억원 정도의 보상을 받은 소농이나 소작농들로 이들이 도시빈민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이 문제를 간과해왔지만 신행정수도이전 등 대규모개발에 따른 소농의 도시빈민화가 조만간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개발지구밖에 조성하던 대체농지를 지구안으로 끌어들이는 것과 같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보상 농민들 도시빈민화 우려
입력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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