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수치심·인권침해 토로
"연례행사 존중을" 주장도


"여장 콘테스트는 수년간 해온 우리 동아리만의 전통입니다." vs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참가자 동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인권침해 입니다."

용인의 한 대학 신입생인 김모(20)씨는 이달 초 동아리 부원들과 엠티를 갔다가 선배들의 강요로 여장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김씨가 참가한 콘테스트는 신입생을 중심으로 남학생들이 여장을 하고 일렬로 서서 개인기를 선보인 뒤 동아리 부원들에게 경매로 팔리는 게임이었다.

선배들은 높은 가격에 팔려야 한다면서 휴지를 뭉쳐 넣어 김씨의 가슴을 최대한 부각 시키고 짧은 치마를 입히는 등 과도한 노출을 연출했다. 심지어는 체격이 큰 신입생의 경우 준비해간 여성 옷이 몸에 맞지 않자 목욕 수건 한 장만 두르게 한 뒤 콘테스트에 참가토록 하기도 했다.

김씨는 "무척이나 수치스럽고 화가 났다. 성희롱을 당하는 기분이었다"며 "하지만 동아리 전통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아 참고 여장을 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대학가 엠티와 교내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여장 콘테스트나 신입생에게 막걸리를 뿌리는 행사를 두고 학생 전통 문화이니 존중해달라는 입장과 인권침해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16일 수원대 법정대학 앞에서 열린 신입생 환영회에서도 재학생이 우산을 펼친 신입생들 위로 막걸리를 강제로 뿌리는 행사를 열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신입생과 재학생은 물론 해당 단과대 소속 교수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정대학 학생회는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린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막걸리 행사는 학생들의 안녕 등을 기원한 전통적인 연례행사이기 때문에 존중해달라는 입장이었다.

도내 한 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일부 학생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막걸리 행사나 여장 콘테스트 등 학생들만의 자체적인 행사를 무조건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과거에도 대학생 문화가 있었던 만큼 어느정도는 존중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복수의 대학교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는 있지만, 모든 학생들의 행사를 간섭하는 건 어렵다"며 "일부 학생들이 심각하게 불쾌감을 느끼거나 인권침해 소지가 발견될 경우에만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