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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DJ 3남 김홍걸씨가 18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독자 제공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예고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하면서 '정계은퇴 논란'의 해법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번 방문이 비록 비공개 개인 일정이긴 하지만 이제껏 '두문불출' 모드를 이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앞으로 적극적으로 민심을 살피며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직전인 지난 8일 광주를 찾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고, 당이 123석을 얻으며 선전했으나 호남에서 참패한 뒤에는 "호남이 저를 버린 것인지 더 노력하며 기다리겠다"는 말만 남긴 채 침묵을 이어갔다.

그런 가운데 이날 문 전 대표가 하의도를 방문하고 오는 19일에는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까지 참배하기로 하자, 당 안팎에서는 문 전 대표가 정치행보를 재개하는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이날 행보를 두고 '정면돌파' 의지를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과 동행하면서 '호남의 적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통령 생가에 이어 봉하마을까지 방문키로 하자 일각에서는 "대권 행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의원실 명의로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메시지에서 "더민주의 정신이자 영호남 통합정치의 상징인 두 전직 대통령의 탄생과 죽음을 잇는 순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안 하의도 찾은 문재인 '막걸리 토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해 주민들과 바닷가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문 전 대표는 영호남 통합을 콘셉트로 잡아 총선 직후 첫 일정을 호남에서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평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수시로 호남을 찾아 호남민심에 귀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호남에서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대폭 올랐다는 점도 문 전 대표가 자신감을 찾는 배경이 됐으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남녀 유권자 1천12명을 상대로 한 전화 여론조사(휴대전화 62% 유선전화 38%, 표본오차 95%±3.1%p)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이 전주 15.9%에서 23.5%로 크게 올랐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방문에는 문 전 대표의 이후 행보를 포함해 정치적인 의미는 담기지 않았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공지메시지에서 "문 전 대표는 주민들과 오찬을 하고 막걸리를 마시며 고인을 추억하는 정담을 나눴다"며 "사적인 일정으로, 정치적 해석을 피하려고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행보를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결국은 문 전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라며 "호남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방문이 가뜩이나 악화된 호남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전남에서 유일하게 당선돼 재선에 성공한 이개호 비대위원은 "본인이 호남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것도 있으니, 지금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은 다만 "꼭 정계를 은퇴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비대위는 이날 열린 회의에서 호남 낙선인사 일정 등을 결정하면서도 문 전 대표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